▲ 고창에서 생활이 16년이 된 결혼이주여성‘판티투힌’씨가 남편과 시어머니, 딸 둘을 위해 외벌이에 나서야 하는 사연(전라일보 8월 14일자 16면 보도)을 접한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 한옥건축기술인력양성사업단 봉사자들이 27일 고창군 성송면‘판티투힌’씨 집에서 도배·장판 교체 봉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장태엽기자·mode70@

“내년에는 베트남에 계신 가족들도, 여기 가족들도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창 한 결혼이주가정, 판티투힌(45)씨의 말이다. 그에게 이번 추석 명절은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동안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집안이 주변의 도움으로 수리에 들어가면서다.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 고창에서 가정을 꾸리게 된지도 16년째. 당뇨로 일하기 어렵게 된 남편을 대신해 일하며 가족을 지탱하게 된 지는 4년가량이 됐다. 늦은 시각까지 일하는 것이 녹록치는 않지만,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두 딸과 총 다섯 명 한 가족이 그 어깨에 얹혀있어 힘을 낼 밖에 도리가 없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판티투힌 씨의 부모님은 지금 베트남에 있다. 비행기를 타고 고향에있는 가족들을 찾은 지도 어언 3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 친아버지의 몸이 편찮아졌다는 소식까지 접해근심이 이만저만 아니기도 하다.

“모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 가까워 오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보고 싶은 마음도 어쩔 도리 없이 더욱 커집니다. 제2의 고향으로 뿌리 내린 고창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고향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있습니다”. 판티투힌씨의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와중 건강하게 자라주는 두 딸이 있어 든든하고, 기운이 난다”고 했다.

올해로 중학교 3학년인 큰 딸은 의젓하고, 초등학교 3학년 작은 딸은 학교에 다녀오면 짜랑짜랑한 목소리가온 동네에 울릴 정도로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딸이 워낙 쾌활한 성격 탓에 옆에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판티투힌씨 부부는 입을 모았다.

판티투힌 씨의 자녀들에 대한 걱정은 단 하나뿐이다.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보니 좀처럼 공부를 봐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어를 더 잘 했다면 아이들이 공부할 때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며 “가슴 한 구석에는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래도 올해 추석에는 좋은 소식도 함께 하게 됐다. 판티투힌 씨의 소식을 접한 전북대학교 고창캠퍼스 한옥건축기술인력양성사업단에서 도배·장판과 더불어 그의 오랜 고민이었던 화장실·싱크대 수리에 재능기부형태로 도움을 주기로 하면서다.

27일 찾은 고창군 판티투힌 씨의 자택에서는 이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도배와 장판 작업이 한창인탓에 마당은 이런저런 집기들과 방에서 내온 가구들로 가득했다. 추석 전 서둘러 작업을 마무리하려 한다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빛바랜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 집 앞마당에서는 한창 문틀을 떼어내고 새 창호지를바르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마당 한켠에서는 창호지가 다 붙은 문틀들이, 안쪽에서는 조글조글하게 붙은벽지들이 팽팽히 마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덕분으로 올 추석은 말끔한 집안에서 날 수 있게 됐다고 가족들은기쁜 마음을 내비췄다.

판티투힌 씨는 “도와주러 오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집안을 보고 많이 기뻤다”며“올해 몇 명의 가족이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깔끔한 집안에서 추석을 보낼 수 있게 해주신 데감사하다, 꼭 그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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