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 무차별적인 진영논리와 가짜뉴스의 횡행으로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한 상태다. 어떻게 하면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고 경제와 민심을 바로 세울 수 있을까?

작가 정도상은 이런 위기에 필요한 정치인의 품격과 자세를 600년 전 조선을 이끌었던 세종의 시대정신으로부터 찾는다.

정도상이 <세종실록>을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과 역사의 맥락을 활용하여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행간을 충실히 채우며 인간 ‘이도’, 품격 있는 정치가 세종의 일생을 한 권의 책 <정치의 품격>(다산북스)에 담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우리가 그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진 성품과 분야를 가리지 않는 천재성,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등을 이유로 ‘성군’이라 부른다. 다른 왕과 다른 세종대왕의 특별함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조선 백성의 독립을 꿈꾸는 야망 가득한 정치가였다는 것이다. 그는 명나라에 의해 금기시되었던 하늘(천문)을 공부하고, 별의 운행을 관찰하고, ‘오랑캐의 말’이라고 조선의 신하들까지 거센 반대를 했던 훈민정음을 기어이 만들어냈다.

<정치의 품격>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군왕의 길과 정치 철학’에서는 세종이 늘 고민했던 인간 이도로서의 삶과 한 나라의 군주로서의 치열했던 삶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세종이 닮고자 했던 태종의 정치 철학을 살펴봄으로써 참된 군왕의 길이란 무엇인지 제시한다.

2부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의 기술’은 한 나라의 지도자가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사건건 왕의 의견을 반대하는 신하들을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법, 국민의 속마음을 듣고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들을 단죄하는 법, 배고프거나 아픈 백성이 없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경제를 부흥하는 법 등이 담겨 있다.

3부 ‘오직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에는 세종의 가장 큰 업적이라 평가받는 한글 창제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언어 독립이라는 큰 꿈을 꾸게 된 계기부터 국왕 스스로 대업을 이루기 위해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훈민정음을 배포한 까닭 등 오직 백성의 편리와 이익만을 생각했던 세종의 애민정신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4부 ‘지식경영으로 문화를 창조하라’에서는 중국에 대한 사대문화를 넘어서려 했던 세종의 외롭고 치열했던 삶을 조명한다. 천문, 음악, 출판 등 각 분야에서 세종이 마련한 독립적인 문화 기반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5부 ‘방역과 안보는 국가의 품격’에서는 불안정한 국외 정세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에 대처한 세종의 정치 품격에 대해 살펴본다. 전염병에 맞서기 위해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통해 전염을 예방하려 했던 세종의 안목은 600년이 지난 오늘에도 배울 점이 많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에 당면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다.

정도상은 전북대를 졸업했다. 창작집 <친구는 멀리 갔어도>, <실상사>, <모란시장 여자>, <찔레꽃> 등과 장편소설 <누망>, <낙타>, <은행나무 소년>, <마음오를꽃>, <꽃잎처럼> 등을 펴냈다. 장편동화 <돌고래 파치노>와 <어린이를 위한 남북한 말모이>, <청소년을 위한 남북한 말모이> 등도 펴냈다. 제17회 단재상, 제25회 요산문학상, 제7회 아름다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상임부이사장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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