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농업연구사

곰팡이는 명사인‘곰’과 ‘피다’를 뜻하는 동사, 그리고 접미사‘-이’가 결합해 만들어진 순우리말로 곰삭히는 생물체가 핀다는 의미이다. 곰팡이는 자연에서 스스로 양분을 합성하지 못해 다른 생물체에 기생하거나 유기물을 무기물로 분해하여 살아간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는 습한 벽면, 화장실 등 번식하기 좋은 환경에서 생장하고 쿰쿰한 냄새를 유발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곰팡이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곰팡이는 기능적으로 해로운 것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영국의 미생물학자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과 같이 사람에게 이로운 항균 성분을 생산하는 종류도 있다. 따라서 유익한 곰팡이는 적절하게 활용하고 해로운 곰팡이는 위생적으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곰팡이는 된장, 자연 치즈, 발효 소시지 등 발효 식품을 만들 때 활용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는 곰팡이가 대사 활동 중 효소를 이용하여 식품 중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탄수화물을 당으로 분해하여 식품의 고유한 풍미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에서 풍미 증진 등을 위해 사용이 허가된 곰팡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곰팡이는 특유의 냄새, 독소 생성 등의 이유로 식품공전 상 이물로 취급하고 있다. 특히 곰팡이 독소는 체내에서 암, 신장독성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식물성 원료, 인스턴트 커피, 메주, 고춧가루, 제조·가공 직전의 원유 및 우유류 등 여러 식품에 대해서 곰팡이 독소의 잔류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식품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하는 시설과 환경에 대한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축산식품을 생산·제조하는 시설은 습도가 높아 작업 후 식육, 원유 등의 잔여물이 남게 되면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 되므로 더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작업 중 사용하는 칼 등의 소형도구들은 83℃ 이상의 물에 최소 10분 이상 담가 소독해야 한다. 또한 작업이 끝나면 세척 후 물기를 제거하여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뿐만 아니라 작업 공간도 사용 전·후로 환기하여 건조한 상태를 유지(상대습도 60% 이하)하는 것이 좋다. 
 
  축산식품 가공 시설 중 곰팡이를 취급하는 치즈 숙성실, 발효실은 더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시설에서는 발효 중 풍미 증진 등의 이유로 제품에 유익한 곰팡이를 분무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 때, 작업자들이 자주 출입하게 되면 외부의 보이지 않는 위해요소(유해 곰팡이 등)들을 유입시켜 유익한 곰팡이의 발효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작업자는 시설 출입 시 반드시 70% 알코올로 손을 소독하고, 자외선 소독기에 비치된 작업복 또는 일회용 작업복을 착용하여 제품 내 교차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작업이 끝난 후에는 출입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최근 축산가공품 생산 관련업체 뿐만 아니라 소규모 농가 단위의 위생관리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단하지만 놓치기 쉬운 관리 방법들을 철저히 준수하여  축산식품을 안전하게 생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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