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 왕릉은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명당중의 명당에 위치한 것이 왕릉인데 가까이에 살면서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2020년 가을 문화재청은 10여 년의 복원 노력의 결실로 ‘조선 왕릉 순례길’을 개방했다. 서울 정릉부터 영월 장릉까지 조선 왕릉을 잇는 600km 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시코쿠 순례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조선 왕릉 순례길과 각각의 왕릉 내부 숲길을 걸어 볼 수 있다.

<왕릉 가는 길>(쌤앤파커스)은 도보답사 전문가로 우리나라에 ‘걷기 열풍’을 불러온 신정일이 왕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간다.

“어느 왕릉을 가건 실크로드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 있고 소나무, 참나무, 물푸레나무를 비롯한 온갖 나무들이 울울창창했다. (중략) 서울 근교 엎드리면 코 닿을 만한 거리에 있는 30여 개에 이르는 조선 왕릉 길은 조선 최초의 왕릉 정릉에서부터 정조의 건릉까지 600킬로미터로 이어져 있다. 조선왕조 500년과 그 뒤로 이어진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찾아 천천히 그 길을 따라서 걸어 보자.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산천을 사랑하고 알리는 진정한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본문 중에서)

조선 왕릉은 27명의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 왕을 합쳐 42기의 능이 있고, 14기의 원과 64기의 묘가 현존하고 있다.

능은 왕과 왕비의 묘를 말하고, 원은 세자와 세자빈, 그리고 세손과 세손빈, 빈의 무덤이다. 그리고 묘는 대군과 공주, 그리고 옹주와 후궁, 귀인 등의 무덤이다.

능의 종류도 다양하다. ‘단릉’은 왕이나 왕비 중 어느 한 분만을 매장하여 봉분이 하나인 능을 말하고, ‘쌀릉’은 한 곡장 안에 두 봉분이 나란히 묻혀 있는 능, ‘삼연릉’은 왕과 왕비, 그리고 계비가 나란히 묻힌 능을 말한다.

‘동원이강릉’은 같은 능역에서 하나의 정자각을 사용하며 언덕을 달리하고 있는 능을 말한다. 왕과 왕비의 관을 함께 매장하여 하나의 봉분 안에 두 개의 현실을 만들어 두 개의 관을 안치한 능을 ‘합장릉’이라고 했는데 이는 세종의 영릉때부터 시작되었다.
  조선 왕릉은 죽은 자가 머무는 성의 공간과 살아있는 자가 머무는 속의 공간이 만나는 곳으로 그 공간적 성격에 따라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왕과 왕비의 봉분(능침, 능상)이 있는 성역 공간이 있고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있는 영역인 제사를 지내는 공간, 그리고 왕릉의 관리와 제향 준비를 하는 공간이 있다.

이 책은 서울 도심 속 선정릉, 태릉부터 파주 동구릉, 영월 장릉까지, 능, 원, 묘를 아우르며 조선 왕릉 49곳을 담았다. 신정일 작가는 왕릉을 한 곳 한 곳 직접 답사하며, 130여 컷의 사진과 함께 왕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다.

과연 한반도 최고의 명당은 어떻게 선정되고, 거기에 잠든 수많은 왕과 왕비, 세자와 세손들에게는 어떤 가슴 찡하고도 슬픈 사연들이 있을까? 조선 왕릉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518년 조선왕조의 명장면과 하이라이트를 모두 감상한 것과 같다.

신정일 작가는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산천을 사랑하고 알리는 진정한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라며 조선 왕릉을 아는 것은 인문, 역사적 지식은 물론이고 우리 땅에 대한 이해, 풍수 관점의 상식도 풍부하게 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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