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관장 김지연)가 10여 년 전의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오랜만에 돌아왔다.

진안 계남면의 쓰러져가던 도정공장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일은 스스로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한 자신들의 인생이 전문가의 도움으로 소중한 작품으로 재평가 받았던 기억이다.

지역 사진들을 모아서 테마 별로 기획전을 이어가며 ‘기왕 남 좋은 일 하고 있던’ 김지연 관장이 자신 부모의 영정사진을 찍어 달라는 중년남자의 부탁으로 시작한 작업,

“동네마다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사진을 찍어 드립니다.’하고 제안을 해 봤지만 ‘이미 다 있구만이라.’하며 고개를 내 저었다. 어떻게 설득을 해서 찍기 시작했는데 농번기 중 그나마 틈이 생기는 가장 더운 7월 말경에 구 면사무소 방에서 시작했다. 모두들 들판에서 일하느라고 얼굴이 새까맣게 타서 오셨다. 원래 찜질방용으로 지은 방에는 창문도 없고 냉방시설도 없었지만 불만을 말하시는 분은 한 분도 없이 단정한 모습으로 서로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김 관장은 진안군 마령면과 백운면에서 영정사진을 찍으러 오신 어르신들에게 전신사진을 찍고자 해서 고운 모습을 남기게 됐다고 한다. 대부분 1920-30년대에 태어난 분들로 이 가운데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많이 있다. 당시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화양연화’를 확인할 수 있는 ‘봄날은 간다’전은 오는 30일까지 매주 금, 토, 일 3일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함께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서학동전시관도 김학량 개인전  ‘짱돌, 살구 씨, 호미’전을 6월 5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의 화두는 짱돌.

작가는 여기저기 길바닥이나 산길에 제멋대로 나뒹구는 돌. 한 주먹에 쥐어지는 막돌. 수집하거나 기념하거나 팔고 살 만한 값어치 따질 것도 없는, 그저 되는대로 생긴 돌. 야릇하게도 그런 돌이 자꾸 눈길에 걸리고 마음을 잡아 끈다고 한다.

게다가, 여기저기 오가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주워 들이게 된 이러저런 사물-낙엽이나 나무열매, 풀꽃 씨나 복숭아·살구 씨 같은 것, 철사, 조개껍질, 종이 쪼가리, 낚시 바늘, 병 뚜껑 따위―도 같이 그렸다. 그리고, 부모님이 생전에 마치 연필처럼 쓰던 농기구 몇 점도 보태어 그렸다.

작가는 아무 상상력이 없는 사람처럼 그저 이것저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하나씩 공들여 그린다. 그럴싸한 수법도 없이, 그럴 듯하게 해석할 요량도 없이, 한지에 목탄이나 연필로 다만 그린다.

전시는 6월 5일까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6시까지 볼 수 있다. 일, 월, 화요일은 휴관.
/이병재기자·kanadasa@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