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제30회 정기공연 ‘달의 궁전’이 지난 2일과 3일 두 차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렸다.

이번 공연은 여미도 무용단장이 취임한 이후 무대에 올린 4번째 정기공연 작품이자 임기 마지막 작품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무대에 올린 ‘모악정서’(2018년),‘장수가야’(2019년), ‘천변연가’(2020년) 등 세 작품이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상황이기에 이번 공연은 여 단장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였다.

선유도 오룡묘(五龍墓)의 전설을 바탕으로 세계최대 간척사업인 새만금의 가치를 담으려는 공연은 모듬북과 북춤의 향연을 시작으로 달굿과 잼버리의 성공을 염원하는 비나리로 이어진다.

숨굿, 달의 뒤편, 몽으로 이어지는 공연은 환(幻)의 5개 무대를 거쳐 달궁과 풍물 굿가락으로 피날레를 보여준다.

90분의 공연 내내 무대를 가장 빛낸 것은 영상이었다. 새만금의 바다를 보여주는 영상은 바닷가에서 공연을 보는 듯 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달의 궁전을 비롯해서 각 장면에서 영상의 힘은 춤을 압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김성국의 음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치와 공연으로 유명한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공연을 떠올리게 하는 비트가 강한 음악은 무용수들을 일사 분란한 군무로 이끌었다. 특히 오신의 끝과 송신(送神)의 장면에 등장하는 깊은 소리의 정가는 이번 공연의 백미로 꼽을 만큼 이색적이면서 아름다웠다.

그래서일까. 영상과 음악이 돋보인 반면 도립무용단의 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연 내내 춤을 이끈 사람은 타지에서 온 8명의 객원 무용수였다. 이들은 한국 춤이 아닌 현대 무용의 춤사위로 공연 전체를 이끌었다.

반면 도립무용단원들은 뒤편과 옆에서 객원들의 춤을 보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손님격인 객원들을 메인에 세우고 단원들을 배경으로 세운 공연. 전북도립무용단 정기공연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했다.

독창적인 안무도 거의 없었다. 이미 여러 공연에서 다른 안무자들이 시도했던 안무들을 대거 재사용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도립무용단만의 독창적인 안무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있기 마련이다. 

덧붙여 이번 작품이 무용단의 자체 기획이 아니라 ‘새만금 잼버리’를 홍보하기 위한 전북 브랜드 공연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립무용단을 제치고 타지 객원에 전적으로 의지한 공연이 전북브랜드 공연으로 합당한 지를 차치하고라도 2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공연. 전북도립무용단과 전북전통예술은 무엇을 얻었는지 궁금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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