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와 지방자치연구소가 국내 재계와 학계를 대표하는 명사들을 초청해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10배의 혁신’을 고민하는 기획이론특강이 이어지고 있다. 23일에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전북대학교 진수당을 찾아 ‘전북 아름다움의 재발견’을 주제로 전북 문화콘텐츠 개발의 새로운 접근법을 주문했다. 전(前) 국토교통부 장관인 김현미 초빙교수가 담당하는 기획이론특강은 국내 저명인사들과 함께 전북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그려보는 ‘문샷씽킹(moonshot thinking)’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한다.

“전라북도는 잠정목록까지 포함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5곳을 보유하고 있는 ‘보여줄 게 많은 보고(寶庫)’입니다. 하지만 전북은 그동안 이렇게 좋은 문화유산을 단품으로 홍보하는 데 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앞으로는 ‘코스요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널리 알려진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앞으로의 문화관광상품은 코스요리를 닮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홍준 석좌교수는 “어느 지역이든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흔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면서 “문화콘텐츠를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것이 첫 단추”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유홍준 석좌교수는 또한 “이미 발견한 아름다움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고, 값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를 따지는 시대가 됐다”면서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유의 가치에 어떻게 부가가치를 집어넣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문화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감동을 못줄 봐에는 소비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게 낫다”는 일침도 더했다.

유홍준 교수는 그러면서 “왜 K-POP에 세계가 열광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적지 않았는데 영국 BBC 라디오를 듣고 실마리를 풀었다”며 뜬금없이 ‘K-POP과 비빔밥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몇년전 BBC 라디오에서 ‘K-POP 열풍’을 분석하는 대담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라디오 음악평론가가 ‘팝송은 한가지 장르만 있는 반면 K-POP은 모든 장르에서 좋은 요소를 뽑아내 뒤섞은 뒤 반복해서 들려준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더욱이 ‘서태지와 아이들이 이같은 실험을 처음 시도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들의 떼창을 거쳐 이제는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생기를 불어넣는 내용까지 더해 열풍으로 확장시켰다’는 평론가의 분석에 무릎을 쳤습니다. 무엇보다 ‘K-POP은 한국의 뛰어난 음식인 비빔밥을 닮았다’는 평론가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빔밥 하면 전주 아닙니까. 전주비빔밥을 만들었던 지혜와 창의력을 앞세워 이제 전북이 발벗고 나서 전세계가 열광하는 문화콘텐츠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유홍준 석좌교수는 무엇보다 “코스요리의 시각에서 문화유산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지역은 익산 미륵사지를 비롯해 정읍 무성서원, 고창 고인돌 떼무덤과 갯벌, 잠정목록인 염전에 이르기 까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그동안은 단일지역 홍보에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스토리텔링을 추가해 지역에 산재한 문화콘텐츠를 엮어내는 ‘정식코스에 대한 접근’을 앞세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안과 고창을 비롯한 전북은 위대한 문화유산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특히 부안의 경우 실학의 시초인 반계 유형원 선생의 유허지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다산 선생은 반계의 손자뻘입니다. 더불어 강진에 영랑이 있다면 부안에는 신석정 선생이 있고, 강진이 동백을 자랑할 때 부안은 꽝꽝나무가 멋있습니다. 강진에 사당리 청자가마가 있고 부안에는 유철리 청자가마가 있습니다. 강진에 고금도가, 부안은 위도를 품고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전남 강진?해남과 부안 가운데 어디를 쓸까 고민 끝에 일단 강진?해남을 먼저 소개한다’고 밝힐 만큼 부안의 매력은 차고 넘칩니다. 이렇게 전북 곳곳에 아름다운 유산을 두고 있는데도 사람들을 빨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요리로 치자면 단품요리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익산에서 시작해 정읍과 부안을 거쳐 고창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제안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변산반도의 채석강, 동백나무?후박나무?꽝꽝나무, 낙조장관, 위도 띠뱃놀이, 곰소앞바다의 소금 등 서해안을 따라 즐비한 관광자원을 ‘어떻게 엮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한국사람들이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자원이 몇 개 있다”고 전제한 그는 “산?물?갯벌이 그것”이라며 “이 가운데 전북이 한발 앞서 갯벌의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고 갯벌관련 문화상품을 홍보한다면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잠자리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의 시각에서 당일관광이 아니라면 잠자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부여의 경우 새롭게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최근 국민관광지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여 리조트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손익계산서 따지지 말고 리조트를 지어달라’는 김종필 전 총리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기업이 5000억 원을 들여 리조트를 조성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이제 부여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잠자리를 확보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경주도 보문단지를 앞세워 잠자리 문제를 소화했습니다. 전북도 잠자리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주의 경기전?한옥마을?연꽃 가득한 덕진공원, 군산의 근대문화유산, 남원의 광한루?실상사?백장암, 김제 금산사와 드넓은 지평선, 정읍 무성서원과 원백암 돌담승?피향정?김명관 가옥, 완주 화암사, 진안 마이산, 무주 구천동 등의 소중한 가치를 차례로 설명하면서 “익산-정읍-부안-고창 코스외에도 ‘정읍-남원-전남 장성’ 또는 ‘공주-부여-익산’ 등 행정구역을 뛰어넘어 스토리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현미 초빙교수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웬만한 볼거리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면서 “전북의 갈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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