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백년 고도 전주를 중심으로 한 후백제역사문화권 정비를 위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등 7개 시.군, 후백제학회, 그리고 후백제시민연대가 합동으로 정치권과 함께 18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관련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김종민, 안호영 국회의원과 국민의힘 임이자 국회의원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을 고쳐 후백제권을 서둘러 포함시키기로 다짐했다.

전주시장 재임시절부터 후백제 역사문화 정비를 위해 앞장서온 송하진 전라북도 지사는 후백제가 강력한 국력과 선명한 통치이념, 높은 문화적 역량, 활발한 대외활동 등을 통해 독립국가로서 고대를 장식한 나라였다고 설명했다. 송하진 지사는 특별법에 후백제권을 포함시키고, 체계적인 연구, 보존을 통해 나라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지역의 나아갈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후백제권 정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고윤환 시장은 진훤대왕이 태어난 곳을 정비하고 숭위전이라는 사당에서 대왕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진훤산성, 근암산성, 희양산성 등 전쟁 유적지 정비용역을 마치고, 이를 근거로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경시는 이미 한 걸음 더 앞서가고 있는 실정이다. 진훤대왕이라고 표기한 것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이도학 교수 학설을 따른 것이다.

본격적인 학술 토론회에서 진정환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실장은 도자기와 불교미술 유물 유적 등을 통해 후백제 강역이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 서북부에 이르는 곳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후백제 문화의 중심인 전주의 후백제 도성에 대한 발굴이 확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도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인봉리 일대에서 전면적으로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진정환 학예실장과 대구대학교 채미옥 교수는 후백제 도읍지인 전주시를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고도로 지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별법에 따라 고도로 지정된 곳은 경주·부여·공주·익산 등 4곳이다. 이를 바탕으로 후백제권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채미옥 교수는 경주와 공주 등이 고도로 지정되면서 크게 발전하고 있다며, 고도지정에 따른 우려를 차단시키려고 했다. 채 교수는 더 나아가 후백제권 지정 이후에 역사문화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시범사업지구를 지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광역적인 역사문화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기구 설립도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문화재청 이재필 고도보존육성과장은 후백제를 비롯해 태봉, 진한, 변한 등 고대역사문화권을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는 데 대해 전체적으로 정비용역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후백제권은 특별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의 입법과정이 서둘러 진행된다면 후백제권역사문화정비사업도 앞당겨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후백제학회와 후백제시민연대는 전주 인봉리 일대에 후백제 왕궁 복원과 후백제촌 조성사업 등을 실시하는 역사문화정비사업이 대통령 공약사업에 포함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되면 잊혀져가는 후백제역사를 바르게 세우고 민족사의 정통성도 확립될 것이다. 전주시는 후백제 도읍지로서 천백년의 전통을 되살리며, 역사문화 관광산업을 크게 일으키게 될 것이다.

후백제는 889년 순천에서 일어나 900년 전주에 도읍을 정하고 936년까지 존속한 고대국가이다. 48년간의 존속기간에 신라 말기 난세를 극복하고 국력을 일으키며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제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진훤대왕은 강력한 국력을 바탕으로 후삼국 통일의 염원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기약하는 바는 평양 문루에 활을 걸어두고 대동강에 말의 목을 축이는 데 있도다.” 후백제 역사문화 정비는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를 바르게 세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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