皇華臺
이춘구의 세상이야기

황화대 칼럼-99 완주·전주통합시는 한국 제1의 역사도시
 
  7월 1일부터 새로운 지방자치체제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는다고 새로운 시대를 맞아 완주와 전주를 통합하자는 시민운동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를 중심으로 전라북도와 전주시, 완주군 등이 함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힘을 모아가는 중이다. 그런데 통합시의 비전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다. 예를 들어 탄소와 수소 등 특정산업을 기치로 내거는 것은 전체 정체성 정립에 크게 와 닿지를 않는다. 전통문화도시를 내세우는 것 또한 대외적인 소구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섬광처럼 떠오르는 게 ‘한국 제1의 역사도시’이다. 영어로 표기하면 Korea No.1 History City이다. 맞다! 완주·전주통합시는 ‘한국 제1의 역사도시’이다. 왜 그럴까? 한 왕조의 도성이요, 또 다른 왕조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태조 진훤은 889년에 후백제를 건국하고 900년 완산주(전주)에 도읍을 정해 936년까지 고대국가의 대단원을 장식했다. 태조 이성계는 풍패지향인 전주를 본향으로 삼고 조선왕조를 세웠다. 조선시대에 전주는 국가의 근본이 되는 땅이었다. 송화섭 전 중앙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일은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고려 말 포은 정몽주가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진훤왕을 회상한 것이다. 尙想甄郞意氣橫 진랑의 종횡무진한 의기가 아직도 떠오르네. 紛紛成敗暗傷情 분분했던 성패가 은연 중 마음을 아리게 한다... 登臨?沛龍興地 용이 일어났던 풍패의 땅에 올라 임하니 益切思君望玉京 더욱 간절한 임 생각에 옥경을 바라보노라!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진훤왕이 일어난 전주를 풍패의 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려시대에 지식인들은 전주를 대왕의 기운이 서린 풍패지향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태조 이성계는 오목대에서 ‘대풍가’를 부른 것이다. 대풍가는 중국 한 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이 고향 풍패를 찾을 때 불렀던 노래이다. 
  조선시대 허목(1595?1682)은 『미수기언(眉?記言)』에서 전주는 강해의 도회이고 재화와 물자를 실어 나르는 길목(全州江海之都會 物貨之途)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전주부 산천조를 보면 조수가 회포까지 들어왔다. 회포는 완주 삼례 회포대교(回浦大橋) 근처를 가리킨다. 바닷물이 7미터 정도 높이로 만경강을 따라 들어올 때에 중선배들도 회포까지 들어왔다. 전주의 진산인 성황산에서 바라보면, 회포까지 들어온 석양녁의 조수(潮水)가 바다처럼 보였다고 한다. 진훤왕은 전주에서 만경강 수로를 이용해 중국 항주만의 오월국과 교역을 한 것이다. 완주와 전주는 만경강 수로 중심의 강해도시이고 해항도시(海港都市)였다. 여기서 통합시가 지향할 바를 터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완주·전주가 한국 제1의 역사도시인 것은 누대에 걸쳐서 입증된다. 마한의 수도였던 금마가 완주·전주 땅에 걸쳐있으며, 백제 무왕의 왕궁도 같은 위치이다. 어릴 적 우리 집 논밭이 왕궁과 금마 가는 길이라서 더 친근하다. 전횡이 중국에서 가져온 청동검이 발견된 혁신도시 이서에서는 철기문화가 꽃을 피웠다. 곽장근 군산대학교 교수는 이를 일컬어 Iron Valley라고 부른다. 필자는 Iron Valley의 전통을 이어받아 혁신도시는 제3의 금융중심지로서 Finance Valley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철의 도시에서 금융도시로의 도약은 역사의 발전법칙에도 부응하는 일이다.
  완주와 전주는 한국 종교와 철학의 모태이기도 하다. 그 중심이 익산 미륵산의 미륵사에서 완주 모악산의 금산사로 이어지는 미륵신앙으로 나타난다. 미륵신앙은 메시아, 구세주를 통한 현실세계의 용화세계 구현이다. 모악산은 증산교와 여러 신흥종교를 낳은 곳이다. 원불교도 모악산에서 크게 발흥해 익산으로 진출한 것이다. 종교적으로도 완주·전주는 완전한 중심지이다. 불교와 원불교, 천주교와 기독교 4대종단이 서로 화해하며 발전하는 것도 이를 입증하는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시는 세계 고대문명 발상지와 같은 위도 상에 있다. 필자가 이처럼 역사의 대계를 살피는 것은 세계의 중심으로서 통합시의 비전을 올바르게 세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한국 제1의 역사도시로서 통합시가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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