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미래교육연구원 대표 

허준이 교수(프린스턴 대학교)가 2022년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한국 수학계 출신으로는 최초로 수학계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필즈상은 자연과학 분야의 우수한 성과에 대한 노벨상과 비견되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다. 수학계의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국제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 ICM)는 국제수학연맹의 주최로 다양한 수학분야에 관한 토론 및 강연들이 열리는 전 세계 수학자들의 축제로 최근 4년간 독보적인 업적을 보여준 40세 이하의 수학자를 선정하여 필즈상을 수여한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combinatorial algebraic geometry)이다. 이는 사칙연산을 바탕으로 기하학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대수기하학의 방법론으로 네트워크와 같은 대상을 연구하는 조합론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허준이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심오한 성과에 기반하여 조합론의 오래된 난제를 다수 해결하여 조합 대수기하학의 대표 연구자로 학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수상이 발표된 이후에 모 신문사는 허준이 교수를 ‘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변신하였다는 황당한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다. 근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했다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 나이는 수학을 포기하고 말고 할 것을 말할 나이도 아니다. 다시 이어지는 기사의 아이러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초등학교 어린 나이부터 수학의 재능이 남보다 빠르고 느리고를 따지는 바람에 수학 교육의 첫 단추부터 잘못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참으로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허준이 교수는 답답했던지 다른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수포자 아니었다. 굉장히 재미있어 열심히 잘 했다"면서 자신이 수포자이고 고교 시절 수학 공부를 못했다는 세간의 오해를 해명하는 발언을 하였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을 기술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그에 합당한 코멘트가 같이 되어야 함에도 허준이 교수를 수포자 자퇴학생으로 학창시절을 오해하게 하는 기사내용은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허준이 교수는 필즈상 이후 벌어진 한국 교육에 대한 논란(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변신) 에 덧붙여, "한국 교육의 큰 문제는 학창시절을 평가받기 위해
사용하는 것"라고 하면서 "학생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교육 자체에 있기보다는 항상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문화적 배경에 있다"고 진단하였다, "평가의 방향과 방식이 유연해져야 한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학생들이므로 다른 방식으로 잘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는 의견에 덧붙여 모든 학생들이 수학을 다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학부모에게는 (학생에게) 여유를 주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학부모님이 독촉하면 학생 스스로도 독촉하게 된다면서, 포기할 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우리 청소년에 대한 교육의 현실을 개진하였다.
특히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쟁주의 평가 위주) 현실에 주눅 들지 말고 적성이 있는 분야에서 과감하고 거침없이 공부하길 바란다"면서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사회 교육정책을 바꿀 수 있는 어른들(교육관료 및 정치인)에게는 학생들이 용기를 북돋울 수 정책을 입안하여야 함을 부탁하기도 하였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허준이 교수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입시교육(경쟁)이다. 수학능력시험을 예로 들어 보겠다. 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관문이어서 입시교육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모든 교육과정이 수능에 맞춰 이루어진다. 그러나 수능은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문항을 풀어내느냐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일반 문항을 기계적으로 빨리 풀고 절약한 시간을 상위권 변별력을 위한 문항에 쏟을 수 있느냐로 학생을 평가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에 대비한 훈련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변별력을 위한 문항은 수학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어 답을 찾기 어렵게 하는 데 있다. 이러한 수능 문항들을 살펴 본 필즈상 수상자, 전 세계 수학 석학들은 이구동성으로 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문제들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엄격한 판단은 그만 두고라도 진정 이러한 시험이 대학진학을 위한 평가로써 타당한 것인가? 평가 방식의 변화를 생각해 볼 일이다. 그래야 수학 교육이 좀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교훈이 우리 교육에 온전히 반영되어 또 다른 필즈상 수상자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