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의 한 대규모 재건축, 재개발지. /전라일보DB

기준금리 상승에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2030세대가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한계차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빚을 내 집을 사는 '영끌족'들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때 부동산값 급등으로 집을 사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2030세대 사이에 퍼진 탓이다.

작년 초 주택담보·신용대출 등 끌어올 수 있는 모든 돈을 모아 집을 산 30대 직장인 A씨.

매월 갚아야 할 원리금도 200만원에 달했는데 변동금리 상품인 신용대출의 이율이 1%포인트나 높아지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A씨는 다음 달 대출 갱신을 앞두고 걱정돼서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 영끌족 A씨 "금리가 오를 게 너무 명확하다 보니, 매월 지출해야되는 이자가 더 커지면서 (내가) 여기서 어떤 걸 포기를 해야될지 걱정이 앞서 요즘 멘탈이 무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미국의 노동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9월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압박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달도 최근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택 대출 상환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9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지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3.7로 해당지수 산출 이후 처음으로 200을 넘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200을 넘었다는 것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택담보대출을 갚는 데 쓰인다는 의미다.

문제는 영끌 바람이 불 당시의 주택 구매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주택을 산 사람 250만여명 중 2030세대는 72만여명, 10명 중 3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끌족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지만, 적정 가격에 팔기에는 아파트 거래와 집값 매수심리 조차 13주째 빠지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06% 하락하며 13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전북도 지난주 하락폭을 유지했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예고에 아파트 매물은 줄어들었다.

집값 고점 인식과 가격 피로감이 거센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 여러 하방 압력이 겹치면서 매수심리 위축, 거래량 감소, 집값 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다. 지난 6월 기준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4.2%대로 올라서며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각각 4%대와 6%대에 진입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75%~3.00% 수준으로 올릴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렇게 계속 금리가 오르면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8%, 신용대출은 9%까지 뛸 수 있다.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 상태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빚내서 집 산 직장인들에겐 눈덩이처럼 불어날 이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까지 상승했을 경우, 전주의 84㎡ 중형 아파트를 약 4억 4000만원 대출을 받아 샀을 경우 매월 상환해야 하는 돈은 291만원인 셈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가처분소득 363만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월급을 받자마자 대부분 대출을 갚는데 써야 한다.

4% 수준의 이자를 냈을 때보다 월 대출 상환액이 82만원, 약 40%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가계 대출 10건 중 8건은 변동금리 상황이라 거듭된 금리 인상은 서민들에게 타격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긴 은행들이 대출 이자를 대신 부담해주겠다고 하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주의 수나 지원금액이 적어 '눈속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상 폭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하라고 압박하지만, 일부에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고위험군의 대출 잔액과 금리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월급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로 갚고, 집값은 불안정 하고 '빚내서 산 아파트 다시 팔아서 빚 갚을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30대 '영끌족'의 부담 완화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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