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생회 (사)완주군새마을회 회장

민주주의의 가장 대표적인 제도는 지방자치이고, 이것의 핵심은 주민자치이다. 타 지역의 간섭이나 침해를 배제하고 지역 주민이 서로 논의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현안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주민자치의 핵심이다. 전북, 나아가 전국에서도 경제적 상위권을 다투는 완주군 주민들의 자치 역량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말 보고서에 따르면 완주군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2018년 기준 5,074만 원으로, 전북 평균(2,075만 원)의 1.8배에 달했다. 이는 서울(4,366만 원)을 뛰어넘어 울산(6,379만 원)과 충남(5,301만 원)을 제외한 다른 광역단체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경쟁력을 자랑하는 완주 지역민들의 자치 역량은 공동체 활성화만 봐도 충분히 인정받고도 남는다.

주민자치는 구호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자치(自治)’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의 일을 스스로 다스림’이다. 주민들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파악하고 논의 구조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 ‘자치’라는 말이다. 타인이나 주변의 손에 지역의 운명을 맡긴다면 자치는커녕 미래의 성장도 담보할 수 없을 것임이 명확하다. 갑자기 주민역량과 자치를 말하는 이유는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주변의 참견과 간섭, 침해가 인내(忍耐)의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최근 한 간담회 자리에서 ‘민선 8기 시정방향’을 설명하면서 100만 통합 전주광역도시 생활권 조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시장은 완주·전주 통합과 관련한 일방통행 식 발언을 마구 쏟아내다 완주군애향운동본부의 강력한 항의와 저항에 부딪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완주군민들 사이에서는 “우 시장이 ‘100만 통합 광역도시’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일방적 통합 시도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반발과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 시장은 과거에 “100만 광역도시를 향한 완주·전주 통합 추진은 전주와 전북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필수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우 시장은 전북도·완주군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통합의 단계를 밟아가겠다고 말하지만 완주군민들의 귀에는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우선 당장 ‘전주와 전북을 위해 통합을 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이라면 완주군민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화가 나는 대목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완주군민이 중심이 되어, 군민의 뜻에 따라, 군민이 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이 원칙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완주군민들은 가만히 있는 데, 자꾸 주변에서 직·간접적으로 몰아가려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주시가 우회로를 선택해 간접적인 통합 군불 때기에 나선다 해도, 그것은 완주군민의 자치역량을 가볍게 보는 중대한 간섭이자 침해일 수 있다. 전주시는 마치 큰 집이라도 되는 것처럼 통합을 거론하며 작은 집은 따라 오라고 해선 안 된다. 완주군민의 자치역량과 자존심을 뭉개는 방식은 오만일 수 있다. 간섭으로 통합하려 한다면 또 다른 실패만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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