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공공비축미 매입량을 확대하고, 매입 시기도 앞당겼지만, 아직도 쌀값이 불안정한 가운데 13일 전북 김제시 동김제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창고에 대형 벼 포대가 가득 쌓여 있다. /박상후기자·wdrgr@

“비료값, 인건비, 기름값 등 오르지 않은 물가는 없는데, 쌀값만 끝도 없이 폭락하고 있다"
김제에서 벼 농사를 짖고 있는 최모씨(53)의 고달픈 하소연이다.
최씨는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올랐지만 쌀 가격은 오히려 곤두박질 치면서 인건비는 고사하고 손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군산의 농민 고모씨(62)는 “20㎏ 비료를 9000원 정도면 샀는데 지금은 2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제때 들어오지 않아 인건비도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젊은 사람들 중에는 농사를 그만 두겠다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는데 정말 농사를 짓지 말아야 하는지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가 오름세에도 불구, 유독 쌀값만 하락하면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 가고 있다.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지난 3월 49,747원으로 5만원이 무너지면서 4월 47,852원 6월 45,537원, 7월 44,395원, 8월 41,836원으로 지난해 7월(55,862원) 이후 1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더구나 2022년산 햅쌀이 본격 출하되면 쌀값은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해 4만원선도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쌀값 폭락은 지난해 풍작으로 수확량이 크게 늘어났고 생활 패턴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1인당 쌀소비량은 2019년 59.2㎏에서 2020년 57.7㎏, 2021년 56.9㎏까지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쌀 가격이 하락한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시장격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보통 추수와 맞춰 진행됐던 쌀 시장격리가 늦었고 나눠서 진행됐다는 것.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1차 2월 14일, 2차 6월 13일, 3차 7월 20일 등 3차례에 걸쳐 시장격리 조치했지만 과잉 공급된 물량이 제때 격리되지 못하고 시장에 풀리면서 가격하락을 유도한데다 물량도 나눠서 격리하는 바람에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역공매방식의 매입도 쌀값 하락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도내 농민회 관계자는 “역공매는 개별 농민이 예상가격 이하로 응찰해야 낙찰받을 수 있는 ‘최저가 입찰’ 방식”이라며 “시장격리가 되기는커녕 농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쌀은 정부가 양곡관리법을 통해 적정 생산량을 결정하고 가격도 통제하고 있다"며 "생산비가 오르면 물건 값을 올리는 다른 품목과는 달리 쌀은 농민들에게 가격 결정권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원택 의원(민주당, 김제시·부안군)은 지난 8일 쌀값 회복과 안정을 위한‘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미곡의 과잉 생산 등으로 초과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생산량의 2.5% 이상이 돼 미곡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와 미곡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4% 이상 하락하거나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공공비축미매입방식에 따라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화했다.
또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미곡의 당해연도 수확기 가격이 최근 3년 수확기 평균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미곡을 생산한 농가에 대하여 최근 3년 수확기 평균 가격과 당해연도 수확기 가격의 차액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벼 재배농가의 지속가능한 영농활동을 도모하도록 했다.
현행법은 미곡의 과잉 생산 등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 되어 미곡 가격이 급락하거나 미곡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하는 경우 초과생산량의 범위 안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업협동조합 등에게 미곡을 매입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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