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파라디소, Digital Ink-jet Print, 60×90cm, 2020
김주희, 파라디소, Digital Ink-jet Print, 60×90cm, 2020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여덟 번째 기획 사진전 지역 너머의 지역을 오는 28일까지 사진공간 눈에서 연다.

지역을 키워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종교, 도시, 지형, 산업, 환경의 여러 국면에서 중심 이데올로기와 지배 문화 담론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성(Locality)의 의의를 발견하고자 한다.

김주희 작가의 <파라디소>전북 완주군 천호산 자락에 자리 잡은 천주교 교우공동체 '다리실교우촌'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김 작가는 교우들의 집을 방문해 성모마리아, 십자가 등의 성상을 통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신앙심을 포착한 실내 사진을 보여준다. 어두운 방 안으로 스민 가녀린 빛을 통해 은밀한 성소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물질만능의 세속세계 대척에서 선 경건한 삶이 지상 낙원임을 보여준다.

소영섭, Abandoned-New town, C-Print, 60×90cm, 2021
소영섭, Abandoned-New town, C-Print, 60×90cm, 2021

소영섭의 <Abandoned>는 전주시의 방치된 원도심과 재개발을 앞둔 구도심을 기록한 사진이다. 소영섭은 전주를 상징하는 한옥과 대조되는 아파트 단지, 파괴된 건물의 파편 속 황량한 아파트 단지를 통해 새로운 주거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전통 문화를 파괴하는 행태를 가시화한다.

안우동, 풍경 너머에 #6-1, Gelatin Silver Print, 30×40cm, 2016
안우동, 풍경 너머에 #6-1, Gelatin Silver Print, 30×40cm, 2016

안우동 작가의 <풍경 너머에>는 인천 영종도가 국제도시라는 거대한 자본의 이름으로 개발되는 과정에서 훼손되고 변형되는 지형을 포착한 아날로그 흑백사진이다. 그는 인간이 자연에 가한 폭력의 흔적을 잿빛 톤의 서정적, 초현실적 분위기로 반어적으로 보여주면서, 공간을 조직화하는 자본주의의 경제 논리와 도시 개발 논리를 비판하고 자연과의 상생 문제를 환기시킨다.

전제훈, 마지막 광부들-김남용(경력 14년), Digital Ink-jet Print, 100×69cm, 2020
전제훈, 마지막 광부들-김남용(경력 14년), Digital Ink-jet Print, 100×69cm, 2020

전제훈 작가의 <마지막 광부들>막장이라고 불리는 탄광의 갱, 그 열악한 삶의 현장에서 광부들을 찍은 인물사진이다. 현직 광부이자 사진가인 전제훈은 광산을 근대 산업 유산의 하나로 인식하고, 자신의 일터인 탄광과 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치열하게 살아온 동료들의 강인한 모습을 10여 년간 기록하여 10만여 컷에 이르는 방대한 사진적 보고서를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땀과 탄가루가 뒤범벅된 시커먼 얼굴에서 삶의 애환뿐만 아니라 마지막 세대의 광부로서 갖는 자부심을 포착한 초상 사진을 통해 참된 노동의 가치를 찾는다.

정주하, 불안, 불-안-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문동리, Archival Pigment Print, 77×65cm, 2004
정주하, 불안, 불-안-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 문동리, Archival Pigment Print, 77×65cm, 2004

정주하의 <불안, ->은 원자력발전소 주변 마을의 일상적 풍경을 포착한 사진이다. 전남 영광원전을 시작으로 경주 월성원전, 부산 고리원전 주변의 마을 풍경과 지역민, 피서객의 일상을 보여준다. 바닷가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 너머 돔 모양의 원전을 대비하여 물질문명의 편리함 이면에 도사린 자연 생태 환경의 위기를 부각한다.

전시를 기획한 김혜원 사진가는 특정 장소나 공간에 대한 지역 서사로서의 이 사진들은 지역과 세계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으로 중심 이데올로기와 지배 문화 담론을 극복할 수 있는 탈지역 서사로 기능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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