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 초대전 ‘한봉림, 영원한 운동’이 오는 25일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도예가 한봉림의 도예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한봉림은 반세기 동안 자신 고유의 도조 미학을 왕성하게 전개했다.

'색면추상'의 김환기, '단색화'의 박서보, 백남준의 '소대가리',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변기'가 있다면, 한봉림 도예에서는 ‘영원한 운동’ 시리즈가 존재한다.

도예가 한봉림
도예가 한봉림

그는 1983년 이후 작업한 모든 작품을 ‘영원한 운동’이라 부르고 있다. 작가 스스로 무형의 흙을 육신의 손으로 다루어 흙 내면의 영적 공간을 탐험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영원한 운동’ 시리즈는 시대가 요구하는 흙의 본질을 잘 간파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자 그만의 독특한 조형 실력을 끌어들인 작업인 것이다.

한봉림, 영원한 운동 1(clay)
한봉림, 영원한 운동 1(clay)

미술가이자 이론가인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안재영 총감독은 “한봉림은 무언가 끊임없이 갈구하는 인간이자 삶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긍정적 에너지를 지녔다”며 “그는 교수였지만 권력이나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고, 생각하는 본연의 사물을 찾고자 헤매는 순수한 예가”라고 전했다.

이어 “한봉림 도예는 고답적인 틀을 벗어나 무언가 빨아들인다. 그가 만들어 낸 흙의 형상은 억지가 아니다. 그의 흙 판면의 감각적 심상은 활력적이다 못해 싱싱한 날 것의 맛이다. 도자 작품이라기엔 놀랍고, 몸짓과 응집된 힘의 발산을 통한 무작위적이고 불규칙한 행위가 판면 위에 흔적으로 남은 흙의 이미지에는 생생한 역동성이 운동한다”고 평했다.

한봉림, 영원한 운동3(clay)
한봉림, 영원한 운동3(clay)

윤영필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사는 “현대도예가 자리 잡기 시작한 지 반세기를 넘겼다. 한봉림은 원광대학교 도예과에 부임하여 이후 한강 이남 최고의 명문 도예과를 만들었다. 전라도에서 흙을 만지고 도예를 배웠다면 그의 손길을 안 거쳐 간 사람은 없을 정도다. 그는 항상 도자예술에 대한 끝없는 갈구와 확장을 보여주었고 도예를 진화시켜 나갔다”고 설명했다.

한봉림, 영원한 운동4(clay)
한봉림, 영원한 운동4(clay)

전시에서는 한봉림 작품 세계의 전개 양상을 구성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연대기적으로는 ‘영원한 운동’ 시리즈 외에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1967년 ‘기물’에서부터 2017년 이후 최근 집중하고 있는 캔버스 드로잉을 망라한다.

도예가 한봉림은 홍익대학교 공예과를 졸업하고 대한산업미술가협회 차석상(1975), 공간대상 도예상(1979)을 받은 바 있으며,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이자 끊임없는 실험으로 미술계에 정평이 나 있는 도예 거장이다.

전시는 전북도립미술관 3-4전시실에서 열리며, 내년 3월 5일까지 이어진다./임다연 기자·idy101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