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집집마다 있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사라지는 물건들이 있다.

나전 기법, 즉 광채가 나는 자개 조각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박아 넣거나 붙여서 만든 이불장도 그중 하나다.

자개 이불장은 여전히 생산되고 쓰이지만, 일상적으로 접하기는 어렵다.

필연적으로 지금의 어린이들은 물론, 더 먼 미래의 후손들이 자개 이불장을 실제로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록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이유다. 양선하 작가가 자개 이불장 고증에 힘쓴 까닭도 이 때문이다.

양선하 작가는 그림책 ‘할머니의 이불장(도서출판 키다리)’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친근하게 풀어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윤이와 준이는 이불장에서 쏟아진 이불을 헤집으며 다양한 이불을 감각하고, 흥미진진한 상상 놀이를 펼친다.

용과 호랑이가 수놓아진 베개, 장미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담요,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누비이불, 물고기가 펄떡이는 모시 이불, 꽃 무더기가 펼쳐진 차렵이불, 무지개가 화사하게 펼쳐지는 색동 솜이불 등은 두 아이의 신나는 놀이 배경이 된다.

호기심이 많고 행동에 망설임이 없는 윤이와 신중하고 조심스럽지만 기꺼이 놀이에 동참하는 준이의 모습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한바탕 놀이가 끝난 뒤, 이어지는 결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윤이와 준이는 할머니의 이불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야단을 맞는 대신, 가족들과 함께 이불 볕바라기를 한다.

세월이 묻은 이불들과 한바탕 신나게 놀고, 햇볕에 잘 마른 보송보송한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드는 장면에는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과 어린이들의 놀이를 응원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불장은 양 작가가 직접 본 이불장을 포함, 최근에도 사용되고 있는 전국 곳곳의 이불장과 자개 문갑을 여러 경로로 수집해 재현한 것이다.

여기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등의 나전칠기, 목가구 유물을 참고해 이불장의 무늬를 구성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인 까닭은 자개 이불장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싶어서였다. 덕분에 자개 이불장을 실제로 본 적 없는 어린이들도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성인 독자의 경우 오래된 이불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양선하 작가는 이화여대 미술학부에서 한국화를, 동대학 인문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동양미술사를 전공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연구원과 한국고고미술연구소의 간사로 일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