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한글을 뗀 아이들에게 길거리의 간판은 교본 그 자체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간판 위 글자를 한 글자씩 읽으며 아이들은 세상을 알아간다.

조금 더 크고 나서는 단순히 음을 읊는 것이 아니라 글자의 뜻을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맨홀 뚜껑 위에 쓰인 ‘오수’라는 글자나 종량제 봉투의 ‘종’과 ‘량’, ‘제’는 각각 무슨 의미인지 말이다.

전주영생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 중인 권승호 씨가 초등학생들의 어휘력을 함양하기 위한 ‘아빠! 이 말이 무슨 뜻이에요?(도서출판 이비락·전 2권)’를 출간했다.

‘간판으로 키우는 단어 실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동네를 산책하면서 만나는 간판이나 광고지 등의 실용 단어를 한 자 한 자 풀어서 정확한 뜻을 알려준다.

‘학교 가는 길에’, ‘시장 가는 길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산책가는 길에’, ‘병원 가는 길에’ 등 5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단어의 뜻을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그 글자와 연관된 다른 단어도 친절하게 소개한다.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배경에는 그가 교직 생활 중에 만난 학생들이 있다.

공부를 위해 투자하는 돈과 시간 대비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거나 한자 어휘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시험문제를 틀리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어휘력 학습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 간판, 광고문,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자주 만나면서도 각각의 의미는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뜻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 집필을 하게 됐다.

권 교사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교과서에서 만나는 단어와 용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아야 하고 단어와 용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한자를 활용해야 한다”며 “한자를 모르기에 어휘력이 부족한 것이고, 어휘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부가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한자를 활용한 어휘력 향상 학습법 덕분에 공부가 재밌어졌다는 제자의 말을 들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지은 책으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등이 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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