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대학·직장생활을 하다 20여년 만에 전주를 방문한 정선옥(51·여)씨. 그는 최근 뜻밖에, 그리고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친구들의 권유로 도서관 여행에 참여하면서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자주 방문했던 덕진공원을 들렀다. '도서관 여행인데 왜 공원을 간다는 거지?'라는 의아해 했던 생각은 기분 좋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연못 한 가운데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웅장한 한옥 자태에 반하고, 그 곳이 다름 아닌 '도서관'이라는 해설사의 설명에 한번 더 놀랬다. 

그의 놀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안에 들어서자 테마별로 꽂혀있는 책들 사이로 보이는 풍광, 그리고 여느 카페보다 나은 분위기를 뽐낸 내부 분위기 등등. 도서관하면, 딱딱한 의자에 앉아 공부를 하는 곳이려니 했던 그의 상식을 뒤엎었다.

▲더 풍성하고 다양해진 전주 도서관 여행

전국 유일의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인 '전주 도서관 여행'이 올해부터 여행자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코스로 확대됐다.

먼저, 코스가 늘었다. 작년에는 2개(하루코스, 반일코스)였던 게 올해에는 3개(하루코스, 반일코스, 야간코스)로 진행된다.

코스가 늘면서 방문 도서관도 덩달아 증가했다. 작년에는 특화도서관 5곳과 시립도서관 2곳 등 7곳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데서 올해는 특화도서관 9곳과 시립도서관 2곳 등 11곳이다.

특히, 도서관 여행에 지역 대표 관광지인 한옥마을 일대와 덕진공원, 팔복예솔공장, 야시장 등에 포함돼 전주의 멋을 한껏 올릴 예정이다.

특별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계절코스 8회와 책문화코스 4회 등 12회에 걸쳐 운영된다. 작년에는 전주축제와 연계한 7회였다.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야간코스'다. 매 월 마지막 주 금요일 운영되는 이 코스는 한옥마을도서관, 연화정도서관, 금암도서관을 비롯해 태조로 야간산책, 전주야시장 등을 둘러보며 '전주 야행(夜行)'을 만끽할 수 있다.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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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과 감성을 담은 '테마도서관'

자연과 함께 숨쉬는 도서관이 있다. 바로 학산숲속시집 도서관이다.

맏내호수가 보이는 산길 속을 걷다보면 이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자연 경관을 최대한 해치지 않도록 지어진 곳으로 통창을 통해 4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동화같은 도서관으로 이름 나 있다.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시를 만날 수 있는 시집 특화도서관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알맞은 문장을 출력해주는 문학자판기, 내맘대로 색칠하고 써볼 수 있는 시 체험코너 등이 있다. 

1층에는 '고르다'와 '다르다' 코너가 있다, 시를 수확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고르다'는 문학전문 출판사의 시선집으로 큐레이션했고, '다르다'는 세계를 담은 시라는 의미를 담은 공간으로 세계 각국의 외국어 원서 시집을 비치했다.

2층(다락)은 '반하다'와 '만나다', 그리고 '선하다'로 구성됐다. 사랑과 이별, 인생 등 다양한 주제별 시집과 우리나라 대표 시인들의 친필 사인 시집, 가족과 함께 즐기는 시화집 등으로 끄며졌다.

연꽃을 품은 도서관이라는 의미의 '연화정도서관'이 있다. 연꽃이 아름다운 덕진공원을 거닐다 만나는 덕진호 한복판의 한옥도서관이다. 한옥의 멋과 자연의 경치를 빌려오는 차경(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짓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고전미와 현대미를 간직한 곳이다.

한옥의 목구조가 나타내는 특징을 점·선·면·그리고(…)·여백 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담은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연화루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색칠하는 컬러링 체험,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국악 및 시조 특강 등 전통과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도시의 기억을 담고, 책 속에 남겨진 가치를 찾는 도서관이 있다. 동문헌책도서관이다.

과거 소중하게 읽었던 책들을 다시 만나 책 속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곳이다.

알쓸신서(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비한 책)라는 컨셉으로 발견의 재미를 찾고, 추억과 가치를 지닌 책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테마의 도서가 방문자를 기다린다.

책만 있는 게 아니다. 만화 명대사가 적혀있는 뽑기를 통한 추억 여행, 시대별 베스트셀러, 추억의 옛날 애니메이션과 가족영화, 명작 DVD 감상 등 잠자던 추억과 가치를 깨우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 도서관 1호 기증자 문재인 전대통령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집)'도 만날 볼 수 있다.

 동문헌책도서관 1층은 찬란한 기억(그 때는 반짝반짝, 내 마음이 두근두근), 동문극장, 책달력, 가슴이 콩닥콩닥으로, 2층은 발견의 기쁨, 책맞수, 책짝꿍, 책나눔 코너로 구성됐다.

지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곳에는 레트로(추억) 감성을 일으킬 수 있는 인테리어 연출을 위한 만화와 그래픽노블(소설과 결합한 만화의 한 종류), 그리고 옛날 헌책방에서 볼 수 있었던 소품, 옛 교과서, 잡지 등 희귀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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