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한일 양국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735분께 위령비를 찾아 백합 꽃다발을 헌화하고 약 10초간 묵념하며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도했다.

박남주 전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권준오 현 한국원폭피해특위 위원장 등 10명의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이 참배를 지켜봤다.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8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1970년 재일한인 모금으로 건립됐다. 일본 정부의 반대로 평화공원 밖에 세워졌다가 1999년에서야 공원 안으로 옮겨졌다그해 오부치 게이조(1937~2000) 일본 총리가 위령비에 첫 참배했다.

위령비에는 '원폭투하로 약 2만명의 한국인이 순식간에 소중한 목숨을 빼앗겼다'고 적혀있으나. 실제 희생자는 약 5만명으로 추산된다.

두 정상은 참배를 마친 뒤 평화공원 내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총리님의 용기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방한시 기시다 총리께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하신 것은 한국 국민에 큰 반향 불러 일으켰다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총리님의 용기와 결단이 매우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동참배에 대해 한일 양국과 세계 평화를 더욱 더 발전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일이라면서 두 달 사이 한일이 세 번째 회담을 가진 것에 ·한 관계의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제동원 등 한일 과거사에 대한 직접인 사과는 없었다.

아울러 양 정상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지역 정세 하에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기회가 닿는대로 정상 간 셔틀외교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또 대통령실은 위령비 공동참배가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말이 아닌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연합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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