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가운데 노인인구와 1인 가족 등이 증가하며 가족 해체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간병'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오랜 간병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며 생계를 위협하고 나아가 죽음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간병비와 간병인의 실태, 대책 등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간병 살인이죠··· 살인"

공직에서 27년째 몸 담고 있는 박정근(가명·53)씨. 박씨는 부족한 없는 수입에 지금껏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며 살아왔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현재는 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모친의 간병비 때문이다. 

지난 3월 그의 모친은 계단에서 넘어져 골반과 허리 등에 골절상을 입으면서 거동을 못 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일을 놓을수 없는 상황인데다, 식사도 거들지 못하는 모친을 홀로 돌볼 수 없어 결국 간병인을 고용했다. 고용 5개월 만에 간병비로만 그동안 모은 2,250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휴가까지 내면서 모친을 돌봤지만, 53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허리를 다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현재는 부동산 등 소유재산을 하나씩 포기하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간병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것이다. 

박씨는 간병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아픈 가족을 보살피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멀쩡한 가족까지 죽이려 합니다. 이제는 무섭기까지 해요."

실제 지난 2019년 전북 군산에서 80대 A씨가 치매에 걸린 아내를 10여 년간 돌봐오다 결국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오랜기간 병간호를 해오던 끝에 병원 입원 문제로 마찰이 생겼고, 분노가 폭발한 나머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환자를 보살피는 행위가 오히려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며 복합적인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

이미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 진입을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 

특히 전북도의 경우 저출산과 심각한 청년 유출로 타지역 고령화보다 가속화되고 있다.

전북도의 65세 이상 고령자(41만 4,596명)가 도내인구의 24%에 달하면서, 이에 따라 질병에 고생하는 노인들도 파다한 상황이다. 

초고령화 진입에 따른 간병인 공급이 상상 이상으로 시급하다. 이제는 간병휴직, 간병퇴직, 간병파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간병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인력 방출, 택시 등 교통비와 전체적인 물가까지 오르니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특히 간병인은 국가자격증이 없다. 중증 환자나 골절상을 입은 환자들은 해당 부위를 건들지 않고 도와야 하는데, 전문성이 없을 경우 간병을 하다 환자들의 병세가 오히려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성과 함께 거론되는 문제로 '노인이 노인을 간병한다'는 것이다. 고령화로 인해 늙은 배우자끼리 서로 돌보거나 늙은 자식이 노부모를 돌보는 '노노간병' 문제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보호자 옥죄는 '간병비 폭탄', 간병인은 을이 아닌 갑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인 지난 2019년에는 하루 7만 원~9만 원했던 간병비가 이제는 13만 원~15만 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주시 기준 간병비는 24시간 평균 12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산정되고 있다. 이외에도 반나절 파트타임은 8~10만 원 정도다.

15만 원 기준 일주일에 105만 원, 한 달에 450만 원으로, 상당히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여기에 병원비까지 더한다면 웬만한 고연봉 직장인도 혀를 내두를 것이다.

간병인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거동이 힘든 고령의 와상환자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 남자 환자는 간병인을 구할 경우 간병인 구하기 난이도 상승한다.

하지만 여전히 간병비에 대한 금전적 지원은 전무한 상황이며,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제도는 있지만 내실과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한 병원에서 아버지의 간병인을 추천받아 12만 원에 타협했는데, 와서는 1만 원을 더 올렸다”며 “아버지가 남성에 거동이 불편하고, 거구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고 토로했다.

간병비와 관련된 고충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갑과 을의 관계지만 되려 간병인이 갑인 경우도 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간병인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을 볼모로 "간병이 힘든 환자다"며 무리하게 금액을 올리거나 요구사항을 다수 내비치는 등의 행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도내 A요양병원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한 만큼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시급한 실정이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비효율적인 체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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