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지구 개발계획 평면도.
새만금지구 개발계획 평면도.

 

“서해안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새만금을 다시 찾아서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하게 되어 저 역시 가슴이 뜁니다”

“이차전지는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튼튼한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집적화가 용이한 새만금은 최적의 장소”

“새만금 개발은 지난 1991년 방조제 착공으로 시작됐지만 30여 년 동안 더디게 진행됐다. 저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 속도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들은 지난달 2일 여름휴가 첫날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새만금을 평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당시에만 해도 새만금사업이 시작된 지 30여년 만에 새만금에 앞에 ‘비전’과 ‘미래’, ‘희망’ 등의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고 한 달여도 지나지 않아 현재 ‘비전’, ‘미래’, ‘희망’은 신기루가 됐으며, 새만금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잔혹사’, ‘희망고문’ 등 또다시 부정적인 단어들만 남게됐다.

이는 윤 대통령의 강조한 ‘속도감 있는 개발’이라는 발언이 무색할 시간도 없이 올해 정부가 새만금 기본계획에 반영된 주요 SOC 10개 사업의 부처반영액 6626억원 중 5147억원(78%)이 삭감된 1479억원만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과 항만·철도·도로 등 새만금 내부개발 가시화를 비롯해 새특법과 조특법 개정 등으로 현정부 출범 후 1년 여만에 6조 6000억원의 투자유치가 이뤄진 새만금은 ‘속도감 있는 개발’과는 사실상 결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급변한 새만금의 투자여건과 실적을 반영해 기본계획을 재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윤 대통령 등 정부가 공언해왔던 새만금 SOC 지속사업들의 예산이 삭감돼 정작 사업이 중단 위기에 처한 만큼, 새만금에 투자기업을 비롯해 예정기업, 도민들이 납득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 정부가 새만금 국제공항의 경우,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재검토에 나선 반면, 가덕도 신공항, TK신공항 등은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추진하는 모습 등은 더욱 정부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사실상 새만금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정부의 정책 연속성 등을 믿고 투자를 결심한 기업들이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축소하거나 철회할 빌미 등을 제공해 최악의 상황에는 역대급 투자유치라는 성과까지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상황에도 처했다.

이에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도의원 등 전북 정치권에서 정부를 향해 삭발투쟁에 나섰고, 도내 각계각층 시민단체에서도 새만금 SOC 관련 예산 복구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정부를 향해 지역의 들끓고 있는 민심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같이 들끓는 전북의 민심에도 정부는 여전히 새만금에 대한 전향적인 답을 내놓고 있지 않아, 30여년 추진한 국책사업인 새만금은 또다시 전북도민과 국민들에게 ‘위기의 새만금’, ‘희망고문의 새만금’으로 남을 상황에 놓였다<끝>/김용기자·km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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