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만 수십 가지입니다. 어떻게 현장을 방문하라는 거죠?"

전주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공무원 A씨는 최근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라는 지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존의 업무는 그대로인 상황에 수백 명에 달하는 지역구 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상태를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사각지대는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반해 연락이 두절되거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A씨가 담당하는 기존의 발굴된 취약계층은 수천 명이 넘는다. 

취약계층들의 문의 전화만 하루 20통 이상 걸려 오는 상황에 이번 복지사각지대 발굴 조사를 혼자 맡았다. 시간을 내서 집을 방문하려고 해도 밀려있는 업무량에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허둥지둥 하루 업무를 처리하기도 바쁘지만, 잠시 뒤 들려오는 말은 “A씨 지금 배송된 쌀 창고에 옮겨야 해요”, “오늘 비가 많이 와서 넘치는 곳 없는지 확인해야 해요”, “곧 지원 물품 온다고 해서 마중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등이다. 하루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6시를 향한다. A씨가 오늘 하루 직접 만난 복지사각지대 발굴자는 ‘0명’이다.

사회복지공무원 A씨는 “주변 동료들이 도와주고 있지만, 약 5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확인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전주 시내 모든 동사무소가 1명의 담당자가 복지사각지대 발굴사업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마무리하라는 지시가 있는 상태에 기존의 업무가 줄어든 것은 없다”고 말했다.

25일 전주시에 따르면 현재 동사무소에서 관리 및 지원하는 취약계층은 5개 분야다. 

분야별로는 ▲한부모가정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의료급여수급자 ▲경로당으로 나뉜다.

현재 전주시 모든 동사무소가 각 분야별 1명의 담당자만을 두고 각종 지원과 현황 파악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관리에 있어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는 점이다.

실제 전주시 평화 2동에 거주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3,053명이다. 1명의 공무원이 모든 기초생활수급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 모두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주시 전체를 봐도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적게 거주하는 풍남동조차도 375명에 달한다. 하루에 1명을 만나기도 부족하다.

지역의 통장과 봉사자 등이 각종 조사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누락된 취약계층에 대한 그들의 책임 소지는 없다.

이러한 상황에 인력 충원과 새로운 사회복지 발굴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노혜련 교수는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하지만, 공무원 혼자서 모든 업무를 완벽히 처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역의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문제에 놓인 취약계층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월세나 공과금을 내지 못하는 위기가정이 발견됐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공무원에게 연결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립이 된 사람들은 많은 제도가 있어도 먼저 찾아와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사회가 먼저 나서서 손길을 내비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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