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0월 13일은 정인이가 입양 부모에게 폭행을 당해 16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망한 날이다. 전 국민적 분노는 정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을 이끌었고 사단법인의 아동학대 조사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법 시행 2년이 지난 가운데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훈육과 학대라는 모호한 경계로 인해 억울한 부모들과 교사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보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낙인찍히며 억울한 피해자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처벌법'의 현주소와 원인, 대책 등을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우리 아빠가 아동학대범이라고요?"

전주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전주완산경찰서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올해 4월께 A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이 온라인도박에 빠진 것을 알게 됐다. 이미 지난해 아들의 도박 빚 140만 원 가량을 갚아준 경험이 있어 '더 이상 말로는 훈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들의 뺨을 두 차례 때렸고, 머리 등도 밀쳤다. 

이 같은 사실을 지인에게 털어놓은 A씨는 몇 달 후 아동학대범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A씨의 경찰 조사를 알게 된 아들들은 "아버지가 학대자가 아니다"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재 경찰 조사 또한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전주시는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기 전 이미 A씨를 아동학대범으로 단정 지었다. 

아동학대자 명단 등재와 교육 이수, 아동기관 취업제한 등을 명령했다. 사회복지사인 A씨는 아들 둘을 키우기 위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상황으로, 아동보호기관 취업제한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전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는 "5개월 전에 있었던 일을 지금 와서 무조건 아동학대범으로 단정 짓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이미 아동학대범이 되어 버렸다. 자식을 키우면서 어디까지가 학대이고 훈육인지 모르겠고,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사회복지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좁아진 상황에 법이 이렇게 한 가정을 파탄 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고 자신은 이미 범죄자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이후 전북에서도 아동학대범 '낙인'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남원에서는 학생들과 앞사람의 어깨를 주무르는 기차놀이를 하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 B교사가 아이의 "어깨에 멍이 생겼다"며 아이의 부모에게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했다. 이에 전북교육인권센터, 경찰서, 지자체 아동학대 전담팀 등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경찰과 전북교육인권센터는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지만, 남원시 아동학대 전담팀만이 아동학대로 판단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B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2021년 5월 18일 개정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에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할 시 피해 아동의 안전과 보호 및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수사를 하는 경찰 등 수사기관과 달리 아동보호가 목적인 지자체 공무원들은 사건이 발생할 시 아동보호를 위해서는 입건을 시켜야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최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릴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수사기관의 무혐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지자체가 취했던 아동 보호조치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교육 등을 이수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 아동 학대팀에게 수사 사항을 알려줄 의무는 없다"며 "아동학대의 경우 경찰과 지자체가 따로 조사에 나서고 있고, 수사기관에서 무혐의가 나올 시에는 당연히 관련 조치를 풀어줘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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