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다정한 것에 대하여'를 펴냈다. 두 번째 시집 이후 10년 만이다.

시집에는 사물과 사람에 깃든 섭리와 그 은근한 온기를 살피는 시선이 웅숭깊게 펼쳐진다.

이전 시편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고통받는 삶을 그렸었다면 이번 시편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의 내면에 눈길이 머물며 서로 다른 삶의 요소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통찰하는 허용의 서정이 따뜻하게 빛난다.

 

시인은 이 시대 시들어 가고 소멸하는 것들의 가치에 대하여 혹은 이 시대의 다정에 대하여,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하여 짐짓 덤덤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해 시로 읊었다. ‘손가락 끝에 매달린에서는 사과 수확에 진심인 농부의 마음을 옮겼다. ‘사과를 따는 손가락의 힘이 사과를 눌러 멍들게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 좋은 농사꾼은 사과를 딸 때 삯꾼을 쓰지 못하고 가족끼리만 따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는데() 이런 까닭에 제 손가락의 끝을 걱정하는 어떤 농부의 마음은 사과 알의 곁에 오래 머물게 되었을 테니 나무에서 사과 한 알이 맺히고 떨어지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턱없이 눈물겨운 곳이었는지.’

복효근 시인은 생의 가을이 연주하는 다정 변주곡이라는 발문을 통해 시인의 시선이 닿는 모든 두두물물이 곡진하다. 다정하다. 시인은 생의 순간순간에 마주하는 다정의 얼굴을 구체적인 국면을 통해 그려 보여주고 있어 실감으로 다가온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오래 다정한 눈빛을 건네며 다양한 빛깔로 그 다정을 노래한다. 쓸쓸함과 외로움 혹은 아픔까지도 다정으로 수렴한다다정의 배후에 자리한 슬픔과 애틋함을 보지 않고는 이 다정의 곡진함을 읽을 수 없다. 다정의 부드러운 표정, 그 안을 받치고 있는 견고한 사상을 사랑이라고 읽는다고 말한다.

김영춘 시인은 시에 몰두하는 일마저도 스스로 부끄러운, 모든 것이 부족해주변부로 밀려난 적도 있었다. 이번 시집은 내가 온전히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묶어내는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그동안 쉼 없이 생각해 왔던 나다운 시를 한두 권쯤 더 묶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쏠쏠한 희망이 되어주기도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1957년생인 김영춘 시인은 고창 해리의 눈이 많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88실천문학복간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나비의 사상이 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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