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작가가 열두 번째 개인전 풀꽃엄마gallery숨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돌아가신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작가는 돌아가신 엄마가 남기고 가신 모시, 삼베, 명주 등의 옷감을 오랜 기간 간직해 오며 언젠가는 이것들을 작품으로 풀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한다.

그러던 중 지인들도 이에 공감을 표하며 그들의 엄마가 남기신 천들을 작가에게 보내왔고, 엄마들의 이름 석 자와 행복했던 시절들의 사진들을 보내 차근차근 작가의 숙제를 도왔다.

시아버지가 간직하셨던 시어머니의 선볼 때 보내온 사진, 지인들이 보내준 귀한 아들 돌 때의 엄마의 당당한 사진, 봄날 이화 꽃가지 살포시 잡고 찍은 엄마의 처녀 시절, 큰아들 장가보낸 젊은 엄마 등을 실크스크린으로 옮겨 그들의 아름다운 시절을 다시금 그려내고 있다.

작업에서 이 땅을 살다 간 질박했던 그들의 삶과 자태를 다시금 소환한다. 이름없는 풀꽃처럼 강인하지만 애잔해 자꾸자꾸 눈길이 가는 그 얼굴들을 불러 모은다.

자수와 바느질, 판화, 캐스팅 등 다양한 표현 방법으로 각각의 설치 공간을 흥미롭게 꾸미고 있으며 일관성 있는 주제로 그 흐름을 잘 이끌어 우리의 엄마들을 다시 기리고 그리워하게 만든다.

소박한 그들의 이름을 곱디고운 실로 수를 놓고, 시집올 때 좋은 길로 인도 해줄 거라 만들어 주셨던 버선을 생각하며 엄마가 남긴 오래된 명주로 엄마의 저승길, 고운 길로 훨훨 가시라 한 땀 한 땀 만들었다.

또한 엄마가 남기신 옷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을 화려한 기계 자수를 콜라보해 엄마의 남모를 숨은 붉은 마음을 뒤늦게나마 보여 주고자 했다.

거친 삼베와 모시 등으로 캐스팅한 신발을 나열 벽면에 설치한 울 엄마 계 타던 날은 어려운 살림에 살뜰하게 계를 부어 목돈을 마련하던 그 부푼 날을 거친 신발 위 고운 꽃으로 표현했다.

김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전북대 일반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개인전(11)와 전주, 인천, 일본, 중국 등지에서 다양한 아트페어 참여,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전주시 예술상을 수상했다.전시는 28일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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