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간직한 옛 공간을 문화로 채우는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2010년도 이후부터 지역재생의 일환으로 서서히 시작되어 최근 4-5년 사이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실시되고 있다. 전국 곳곳의 방치된 유휴공간들은 한때는 각자의 용도대로 지역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내던 곳이었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지역의 개발범위가 양적, 물리적으로 팽창되고 특히 지방인구감소 등 복합적인 사회 환경에 의해 그 생명이 다한 것으로 여겨졌다. 유휴공간 재생은 이렇게 방치된 공간에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고 지역문화와 더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여 과거의 공간이 지역민, 관광객들과 함께 다시 활기를 띄는 현재의 공간으로 재탄생 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전국의 다양한 유휴공간의 부활 사례로는 부천시의 쓰레기 소각장을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부천아트벙커B39’, 버려진 아파트를 청년 융복합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대구광역시 수창청춘맨숀’, 1950년대 말부터 막걸리를 빚어온 주조장을 예술문화를 빚어내는 곳으로 리뉴얼한 전남 담양군의 해동문화예술촌등이 있다. 전북의 경우에도 다양한 유휴공간 재생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전주시의 팔복예술공장은 카세트 생산공장을 복합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인근 관광자원과 더불어 연계활성화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등 지역의 효자관광자원으로 거듭났으며 완주군의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시대 호남지방 수탈의 아픔이 있는 대규모 곡물창고였던 곳을 전시,공연,교육 등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역재생, 공간재생등의 사례는 이제 몇 가지를 손꼽을 수 없을 만큼 대도시부터 지역 농어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는 전방위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볼 때 이러한 유휴공간부터 부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지역) 재생활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신규관광자원 개발 대비 기존의 지역콘텐츠를 재생하고 부활하는 것은 지역의 개성과 정체성이 담겨져 있는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데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관광자원으로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는 것은 지역관광자원으로서의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다. 근래의 우후죽순과도 같은 비슷한 공간재생의 사례 보다 한 층 더 나아가 지역만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어야만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근현대사의 다양한 역사자원을 활용하여 어느새 관광강소도시로 거듭난 군산 역시 다양한 옛 공간의 재생사업 추진을 통해 지역재생 효과와 더불어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산의 도시재생홍보 골목길은 건물 등 내부 공간에 한정된 곳이 아닌 일제강점기 주택의 모습부터 1950년대 골목의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었다. 특히 벽화와 함께 다양한 옛 군산의 모습을 골목 담벼락에 액자로 전시하여 이곳을 걷다보면 어느새 그 시절 군산의 옛 모습을 상상하며 시간여행을 하는듯한 감상에 빠지게 된다. 또한 오늘 소개할 군산 시간여행카페인 인문학창고 정담 X 먹방이 하우스역시 1908년도에 세워진 세관 압수품 창고를 활용하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군산의 대표 관광자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대한제국 때 만들어져 국내에 남아있는 서양고전주의 건축물로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힐 정도로 이국적인 외관으로 인해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옛 군산세관은 현재는 호남관세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군산의 인기관광자원이다. 옛 군산세관의 창고로 쓰였던 곳을 201812월 관세청의 허가를 받아 국립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가 캐릭터 산업 육성 거점 공간 및 인문학 콘텐츠 활용 공간으로 새단장 한 곳이다. 이 곳은 1908년대 지어진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구조의 건축물로서 목재를 삼각형 형태로 구성해 건물의 뼈대를 구성했는데 그 덕에 쉽게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된 형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더욱 특별한 점은 관세청의 국유재산인 특성으로 단 한 개의 못질도 하지 못했으며 철저하게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꾸며졌다고 한다. 높은 층고와 목재의 따스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특유의 분위기를 자랑하며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사하는데 있어 군산의 문화예술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또한 다시 한 번 군산의 부흥을 위하여 도시재생 더불어 관광객 방문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먹방이와 친구들캐릭터이다. 캐릭터는 누구나 친밀하게 기억하고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성이 뛰어난 강점으로 군산을 더욱 입체적으로 브랜딩 하고자 시도된 작업인데 더욱 특별한 것은 이 캐릭터의 시작이 시 지원 없이 군산문화협동조합의 힘으로 지역민 연합체가 자발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군산시간여행카페 인문학창고 정담 X 먹방이 하우스에서는 먹방이와 친구들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식음료 상품과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다. 캐릭터 저작권을 독점하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 만든 다양한 상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면 군산을 사랑하는 지역민들의 애향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캐릭터를 활용한 식음료 메뉴 개발이나 굿즈 디자인이 아니라 역사성을 강조하고 근현대사의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담아내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1899년 군산개항을 한 고종황제를 기념한 고종황제커피는 이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메뉴이고 또한 먹빵(먹방이와 친구들 빵)’으로 유명한 찰보리 빵은 군산의 자랑인 농특산물을 활용하여 개발된 메뉴이다. 이뿐 아니라 찰보리로 만든 초콜릿, 군산 쌀로 만든 식혜 등은 단순히 캐릭터 활용 뿐 아니라 로컬 먹거리를 활용한 다양한 식음 메뉴 개발을 통해 군산을 입체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이렇게 인문학 콘텐츠와 군산만의 캐릭터 콘텐츠를 접목한 특별한 공간으로 점차 알려지면서 2020년에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부터 우리나라 3대 혁신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군산의 근대역사문화거리 및 유명관광지역에 위치하여 많은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들르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만의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군산을 방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캐릭터로 지역을 홍보하고 이익을 공유하며 일자리를 늘린다는 소명으로 2018년 군산세관창고에 자리한 이래 지금껏 군산시의 문화다양성, 가치공유와 더불어 관광브랜드 확보에 일조한 것은 카페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 지역의 아름다운 공간으로서 옛 공간의 재발견을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자 관광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곳으로 지금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오래된 옛 공간에서 의미를 찾고 가꾸어 나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이 곳을 방문한다면 군산만의 다양한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류인평 (전주대학교 교수 / 사단법인 지역관광문화발전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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