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작 '무자기'
김동근 작 '무자기'

흰 종이에 검은 먹, 그 정직한 원색으로 어찌 거짓을 쓰랴!’전북대학교 교수 서예동호회 시엽이 7회 서예전을 열면서 전시 도록에 올린 인사말의 제목이다.

이번 정기전은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거짓말이 난무하는 이 시대 사회상을 투영한 제목으로 눈길을 끈다.

서예전을 준비하면서 회원 교수들은 두 가지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 하나는 인공지능이 진화해 예술작품 창작에도 개입하고, 머지않아 로보 사피언스가 출현해 호모 사피언스를 제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시점에서 전통서예를 연마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회원들은 그럴수록 서예를 더 연마하고 확산하여 AI와 대별되는 인간적 면모를 보다 더 확실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각종 SNS를 타고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지고 있는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교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이에 전시 주제를 거짓말을 하지 말자로 정하고 거짓말의 폐해를 지적한 고금의 명언들을 골라 가능한 한 정직한 필획과 서체로 작품을 창작해 펼쳐보인다.

이번 서예전에는 18명의 회원 중 15명과 학생 1명이 참여해 3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법전원의 김동근 교수는 자신을 속이지 말자라는 뜻의 무자기(毋自欺)’라는 말을 썼고, 농생대의 김정문 교수는 진실을 스승으로 삼자라는 뜻의 이진위사(以眞爲師)’를 썼다. 의과대학의 이혜수 교수는 거울이 비록 밝다고 해도 못생긴 사람을 예쁘게 해주지는 못하고(鏡雖明不能使醜者姸)로 시작하는 대련 작품을 써서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음을 꼬집었다. 전시는 전북대 박물관 전시실에서 7일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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