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레드카드→학부모 반발→정서학대 고소→기소유예→헌법소원까지‘

수업 시간에 장난친 학생 이름을 칠판 앞에 게시하고, 벌칙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고소당한 교원이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다.

덧붙여 학부모의 행위가 교권침해인지 여부를 놓고 진행된 학교-학부모 간 지리한 법정 다툼도 끝을 보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의 결정(교권침해)에 대한 학부모의 소송제기, 그리고 1심에 이은 항소, 대법원 상고까지 거친 결과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결정났다.

헌법재판소는 전주지검이 교사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고 31일 밝혔다.

헌재는 “여러 정황에 미뤄볼 때 A씨의 행동은 학생들에게 교육적 목적으로 레드카드를 주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B 학생은 해당 사건 이외에도 학교폭력 피해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사건도 경험했기 때문에 사건 이후 야경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받게 된 것이 실제 레드카드로 인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건 기록만으로는 A씨가 실제 B 학생에게 교실 청소를 하도록 지시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A씨의 행동이 B 학생의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만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면서 “이와 같은 추가 조사 없이 사건 기록만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한 것은 중대한 수사미진이라고 보고 이를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교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과다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주지검은 A씨를 상대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사건은 지난 20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주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로 일하던 A씨는 수업 중 B 학생이 페트병을 가지고 놀며 소리를 내자 주의를 줬다. 하지만 B는 A씨의 주의 이후에도 이 같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B의 이름표를 칠판 앞에 붙였다. A씨의 학급에는 이처럼 ‘레드카드’를 받은 학생은 방과 후 교실을 청소하는 규칙이 있었고, 실제 방과 후 학급에 B가 빗자루를 들고 남아있는 것을 본 A씨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문제가 생긴 것은 B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다.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B 학생 부모는 학교를 찾아와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항의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반복되는 담임 교체 요구와 수차례 이어진 민원 끝에 이들은 결국 A씨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로 고소했다.

학교는 B 학생 부모의 반복적인 담임 교체 요구 등을 교육활동 침해로 보고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 최종적으로 ‘교육활동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B 학생 부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사에 대한 고소에 이어 해당 조치에 대한 취소 처분까지 요구했다.

2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부모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교권침해 행위”라며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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