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오페라단이 3일 선보인 리골레토는 오페라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매력을 알리는데 손색이 없었다.

이번 무대는 오페라단의 정기공연이자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 탄생 210주년 기념작으로 올려졌다. 특히 세계적 바리톤 고성현을 비롯해 연출가 이범로, 그리고 출연진 다수가 지역 출신들로 꾸려졌다는 점에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궁정 광대인 꼽추 리골레토 역으로 분한 그는 맞춤옷을 입은 듯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딸에 대한 절절한 부성애와 복수를 다짐하는 절박한 심정을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며, 오페라 분야에서 40여 년간 쌓은 관록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공연의 백미는 3막의 4중창 장면. 만토바 공작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가씨여를 부르며 막달레나를 꾀는 모습을 지켜보는 질다와 리골레토가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한다. 무대 위 감정선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출되며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다만 음악의 비중이 높고 이탈리아 원어로 불리기 때문에 감상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공연장을 찾기 전 줄거리를 숙지해 두지 않으면, 무대와 사이드 자막을 번갈아 보느라 인물들의 움직임은 물론 극의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무대 배경은 다소 어두운 편. 이와 관련해 일부 관객들 사이에선 공연장의 자막 읽기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조명의 조도에 따라 자막이 선명하기도 하고 흐릿하게 합쳐지기도 해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무대가 다소 단조로웠던 편이다. 오페라 관람을 유도하고 관객을 유입시킬 요소로 음악 못지않게 무대미술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입체적인 무대세트를 기대해 본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장 겸 예술총감독은 이번 공연에 대해 특별히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며, 출연진들이 리골레토로 여러 번 무대에 섰던 이력이 있는 터라 여느 해 작품보다 완성도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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