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스미 작 '남고산의 솔'
김스미 작 '남고산의 솔'

조선시대 유행한 달항아리에는 삶이 보름달처럼 풍요롭기를 기원한 선인들의 예술혼이 담겼다. 푸근하고 넉넉한 이미지만큼이나 따뜻한 영혼의 숨결이 살아 숨 쉰다평안함과 이상향에 대한 염원은 시공을 초월한 로망일 터.

김스미 작가가 공허한 현대인의 일상에 위안을 전하는 계수나무 한 나무, 달항아리와 달달한 판타지전을 9~15전주한옥마을 한옥갤러리에서 선보인다.

그림으로 만나는 토끼와 십장생을 부제로 한 이번 전시는 도내 문화재에 얽힌 토끼와 십장생 이야기를 모았다. 달항아리와 지역문화 속 달달한 토끼와 십장생의 메타포를 연결한 것.

작품은 이종근 작가의 전북 건축 관련 문화재와 경복궁, 기타 지역에 얽힌 토끼와 십장생 이야기의 글을 모티프로 한다. 이는 십장생에 서린 장생의 꿈과 참된 도의 소망에 동감하는 달항아리의 재해석이다.

전시는 전주의 달맞이 풍속에 따른 남고산의 솔과 기린봉의 달이라든지 한벽루, 푸른 물에 등 작가의 영감과 교감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일례로 남고모종은 해질녘에 남고진의 저녁놀을 가르며 울리는 남고사의 범종 소리를, ‘한벽청연은 전추천이 물안개를 일으키며 흐리는 모습을 옥류동 한벽당에 앉아서 조망하는 청아한 풍경을 말한다.

김스미 작' 한벽루, 푸른 물에
김스미 작' 한벽루, 푸른 물에

기린토월은 전주 동쪽에 비켜서 솟아 있는 기린봉에 비가 갠 후에 여의주처럼 떠오르는 달이다. 덕진채련은 저녁노을과 달빛을 끼고 풍월정에 앉아서 뜸부기 소리와 피리 소리에 젖어 맞은편의 승금정을 내다보는 덕진연못의 연꽃 풍경을 일컫는다.

작가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실타래처럼 엮인 우리네 삶을 은유하고 있다기쁨과 슬픔, 희망의 편린들을 모아 달항아리 그림으로 빚어냈다. 빙열의 미학을 수백 번 아로새겨 기도와 염원을 실었다.

달항아리가 세상사 포용 못 할 것 없는 달관자의 미소라면 그에게 있어선 싱그러운 청춘의 파안대소로 표현된다.

작가는 “2023년 토끼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에 달항아리와 달달한 판타지는 우리 모두의 소원을 담은 지혜와 사유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라며 뜨겁고 긍정적인 기운을 25여 점의 달항아리에 넣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이어 새달 5일부터 10일까지 지후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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