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연작 시리즈로 고섬섬(부안 위도의 옛 지명)’을 무대에 올린다.

무용단은 정기공연으로 도내 지역만의 차별화된 정서와 색채를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녹여내고 있다.

·바다··강 등을 소재로 한 연작은 서반부 호남평야를 일구는 농부들 '진경'에 이은 두 번째 작품. 부안 위도의 경관과 역사, 문화예술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어부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냈다.

이번 공연의 배경인 고섬섬의 나무들은 무성하나 크지는 않다. 이 모습이 마치 고슴도치의 털처럼 보여 고슴도치 를 써서 위도로 불린다.

이곳은 일곱 개의 섬이 떠 있는 칠산바다를 비롯해 유네스코에 등재된 대월습곡, 순백의 상사화 군락지 등 절경으로 유명하다. 예부터 고려와 중국을 잇는 해상교류의 중요한 경유지이며 장보고의 해상무역로이기도 했다. 한반도 3대 조기 파시(생선 시장)에 속하는 대규모의 황금어장으로 근 50년 전까지만 해도 수천여 척의 어선이 드나든 역사가 깃든 곳이다.

대다수의 어부들이 몰리는 만큼 바다로 나아가는 어민들의 무사안녕과 만선을 위한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대리원당제(현 국가무형문화재 제82-3호 위도 띠뱃놀이)가 성행했는데, 현재는 매년 음력 1월 초에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띠뱃놀이란 띠배를 만들고 여러 가지 음식을 넣어 용왕에게 보내는 뱃놀이다. 중심이 되는 큰 배를 모선이라 일컫는데 이 모선과 호위선이 주민들의 농악과 소리에 맞춰 뱃기를 휘날리며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문화유산이다.

프로그램은 에필로그 포함 6개의 장면으로 이뤄졌다. 바다를 섬기고 살아가는 어부의 이야기를 칠산바다, 원당마누라, 바닷길, 그리고 풍어제를 얼개로 해 구성했다.

작품의 독특한 무대디자인도 눈여겨 볼 만하다. 무대 위에 섬을 형상화한 무대를 세워 섬과 바다의 경계를 나누고 위도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또한 공연장 로비에도 위도에서 직접 촬영한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공연 종료 후에는 20여 분간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의 해설을 통해 작품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혜경 무용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대본·연출에 조주현 연출가, 장석진 작곡가, 지휘에 전북도립관현악단 이용탁 예술감독 등이 참여했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어부 역에 송형준 부수석단원, 원당마누라 역에 배승현 수석단원, 본당마누라 역에 이은하 수석단원, 무당과 어부 마누라 역에 각각 오대원, 윤이담 단원, 그리고 무용단 전 단원이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이혜경 무용단장은 생업을 위해 거센 풍랑에도 배에 몸을 싣고 미지의 공간인 바다로 떠나야만 했던,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어부들의 이야기다. 풍어와 무사안녕의 바람을 담아 띠배를 띄웠을 그들의 간절함을 작품에 풀어내고자 했다전북의 문화자산인 띠뱃놀이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새달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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