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PC방 '바둑이'게임. 10,000백만알 당 현금 1만 원이다./박민섭 기자
성인PC방 '바둑이'게임. 10,000백만알 당 현금 1만 원이다./박민섭 기자

"많게는 수천만 원도 잃어··· 발도 들이지 마."

최근 불법 홀덤 펍 등 도박장이 성행하는 가운데 전주 도심 한복판에 있는 '성인PC방'이 도박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본보 취재결과 성인PC방에서 여전히 불법 사행성 도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오전 1시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 소재의 한 성인 PC방. 

잠겨있던 문이 열리자 예상과는 다르게 2000년대 초의 PC방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책상에는 널브러진 현금이 있는가 하면 담배꽁초로 가득 메운 종이컵이 있었다.

낡은 컴퓨터와 책상 앞에 앉아있던 손님들의 눈동자는 바삐 움직이는 한편 부리나케 마우스를 연타하고 있었다. 이어 몇 초 간격으로 컴퓨터를 향해 욕설을 반복해 내뱉었다.

한 손님이 성인PC방에서 현금을 걸고 게임하고 있다./박민섭 기자
한 손님이 성인PC방에서 현금을 걸고 게임하고 있다./박민섭 기자

또 누가 들어왔는지도 신경 못 쓸 만큼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 켠에는 ‘도박과 사행성 게임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정상적인 PC방 요금표가 눈에 들어왔다.

이후 따가운 눈초리에 고개를 돌리자 문을 열어준 업주는 담배를 태우며 매섭게 쏘아봤다.

업주(50대)는 목소리를 높이며 '어쩌다 방문했냐', '아들 같아서 그러니 나가라'고 하는 등 경계하면서도 와서는 안 되는 곳이라도 온 것처럼 내쫓으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긴 단골 아니면 안 받아, 손님들이 현금이 오갔다고 물고(신고) 늘어지면 골치 아파지거든”이라며 “웬만하면 젊은 친구들 돈은 안 받는데···”라고 했다.

하지만 업주는 기자로부터 현금 5만 원을 받았다. 받은 돈을 한 책상에 올려두고 손짓하며 자리를 안내했다.

컴퓨터 앞에 앉자 업주도 옆으로 와서 한 사이트에 자신의 아이디를 로그인해줬다. 게임을 실행하자 일반 대결게임처럼 방이 나뉘어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은 4명, 종목은 ‘바둑이’였다. 게임상에서 카드를 몇 장 내고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자 게임이 끝났다. 

기자가 돈을 잃는 데 걸린 시간은 3분. 주로 판돈이 100~300원인 곳에서 게임을 했는데도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업주는 적은 판돈에도 한 판에 적게는 수십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이 오간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표정을 하자 업주는 “거봐 딸 수가 없다니까. 여긴 목숨 거는 곳이야”라고 말하며 웃었다.

불법이 아니냐는 물음에 업주는 "현금으로 환전이 안 되면 솔직히 누가 게임을 하냐"며 "게임머니만으로 게임을 할 거면 여길 왜 오냐. 현금으로 딸 수 있으니까 오는 거지··· 신고당할까봐 단골만 들여보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 처음 발을 들인 이방인은 들어올 수도 무엇을 하는지도 알 길이 없다.

앞서 기자가 전날 오후 11시부터 덕진동과 중화산동 소재의 성인PC방을 돌며 여러 차례 입장을 시도했으나 입구부터 막혔다. 

이유로는 ‘게임머니를 충전할 수 없는 시간대다’, ‘이제 문 닫는다’ 등 다양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충전도 될뿐더러 간판에는 ‘24시간 운영’이 적혀있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기자가 방문한 성인PC방에서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손님이 업주에게 현금을 주면(최소 2만 원), 업주가 자신의 계정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그 계정을 빌려주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만난 업주에 따르면, 잃으면 한 푼도 없지만, 따게 된다면 계좌이체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손님에게 환전해준다. 

세금도 떼지 않고 손님이 딴 돈은 손님 주머니로, 업주에게는 수수료 약 9%가량이 떨어진다.

물론 카드 결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해당 업소의 사장은 “우린 합법이야. 불법이면 간판을 내걸지도 않았지”라며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PC방에는 주로 바지사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금을 교환해도 실제 명의가 달라 속이 쉽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단속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기관과 함께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실제 현금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 만큼 우발적인 범행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도내 한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여러가지 불법 행위가 용인되는 성인PC방 같은 경우 돈을 잃어 우발적인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며  "빈번치는 않더라도 우범지대라고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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