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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에서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잇따르며 주민들의 안전에 ‘적색등’이 켜졌다.

새만금 이차전지 단지 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사소한 안전관리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0시 10분께 군산시 오식도동 SM스틸 군산공장에서 황산과 불산 혼합물 10리터가량이 유출됐다.

이번 누출사고는 배관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설치된 고무 패킹이 파손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부품은 사용 연한이 있는 ‘소모품‘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처럼 화학물질 유출 사고는 작은 소모품 하나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하는 관련 기관들은 해당 제품의 사용 연한과 설치 시기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의 유관기관인 전북도, 군산시, 익산 화학재난합동방제센터 등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소모품의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 “모든 공장을 파악하기에는 인력도 권한도 없는 상태”이라며 “해당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뒤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관련 단체에 화학유출사고 방지 안전대책을 의무적으로 보고받는 것이 아니기에 미리 파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공장은 약 3년 전에 준공한 비교적 신식 공장으로, 대부분의 소모품의 사용 연한이 많이 남은 상태지만 유관기관들의 부실한 예방점검에 소모품의 적절한 사용이 확인되지 않아 결국 화학물질이 유출됐다.

더 큰 문제는 군산지역의 많은 공장이 지난 1980년도 경에 지어진 비교적 노후화가 심한 공장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9월엔 질산과 불산이 섞인 폐혼합유를 탱크로리로 옮기는 과정에서 3톤 정도가 하수처리시설로 누출돼 1시간 50여분 동안 중화작업을 하기도 했다.

같은 달에도 화학물질인 황린이 포함된 소량의 물이 새어 나와 작업자 2명이 2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랜 기간 가동한 만큼 노후화된 소모품이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관련 화학물질 유출 사고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올해 군산지역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총 8건으로 지난 10년간 25건이었던 것에 비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군산지역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은 총 78개소로 대부분 공장이 가동한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의 소극적인 안전 예방조치로 자칫 대형 유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 2012년 경북 구미시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유출 사고는 주변 주민 1만 2,000명이 병원진료를 받았으며, 5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인근 121㏊ 규모의 농작물이 고사했고, 가스를 뒤집어 쓴 가축 4천여 마리도 변을 당했다. 당시 재산피해액은 554억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 유출사고는 대형 인명·재산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기업에만 맡기는 현 관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할 시 1차적인 책임은 해당 회사의 안전관리자에게 있지만, 관계기관들 또한 추가적으로 감시·감독 기능을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며 “소모품 등의 관리 대장을 반드시 비치해 교체 주기 등을 파악해야 하고 기관들 또한 제대로 된 안전사고 예방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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