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섭 작 '기도'  대리석, 29x29x73cm
소찬섭 작 '기도'  대리석, 29x29x73cm

소찬섭 작가는 돌이나 나무를 소재로 작업한다. 현란한 현대미술 판에서 돌조각을 하는 일은 좀처럼 드문 일일 터.

동시대 조각의 경향이 소재와 해석의 측면에서 폭과 다양성이 놀랍도록 넓어진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고전적인 재료와 방법으로 조형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석조와 목조는 그만의 심상을 담아내기 적합한 조형 언어로 작용하기 때문이리라.

그가 열 번째 개인전 달빛에 젖은 정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29일부터 새달 4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밝고 원만한 이라는 정서를 빌려온 석조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업은 육중한 화강석을 나르고, 자르고 또 갈아내는 힘겨운 노동의 연속이건만 그는 매일매일 이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돌과 정, 망치를 두드려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수행하는 구도자의 몸짓과 닮았다.

소찬섭 작 '웅크린 자리Ⅰ' 대리석, 60x20x29cm
소찬섭 작 '웅크린 자리Ⅰ' 대리석, 60x20x29cm

그는 법정 스님의 글을 인용, ‘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작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거칠고 지난한 작업 과정을 지나고 나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실존적인 형상이 탄생한다. 투박한 돌이라 믿기지 않을 유려한 인체에는 고독과 사유의 흔적이 묻어난다. 또 부드러운 형상 안에 정으로 쪼아낸 자취는 누구나 가슴 속에 있을 법한 상흔의 표현이기도 하다.

미술평론가 문리는 작가의 조각을 두고 인간과 자연, 사랑과 꿈, 우수와 고독들을 담은 체험적 실체이자 총체적 상징이라 평한다. 인간이 염원하는 마음으로 달을 바라보는 시선에 착안해 작품을 해석한 것이다.

작가는 내가 애정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러기에 부끄럽지 않게 고민하며 만든 작품들이 졸작인들 어떠한가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지내온 시간이 30년이다. 늘 그랬듯이 아쉬움과 부족함 등 미련이 남아 있다. 이번 전시를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소찬섭 작 '귀갓길' 대리석 60x20x29cm
소찬섭 작 '귀갓길' 대리석 60x20x29cm

전북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중 조각 교류전’ ‘탄소와 예술 유기적 집합전등 다수의 단체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강사와 온고을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건지회, 전주의 미술 단체 아띠 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달빛에 젖은 정전시는 우진문화공간에서 새달 7일부터 20일까지 이어간다./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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