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해·이흥재·선기현 작가의 ‘삼인’전은 어느새 인가 전시의 대명사가 되었다. 올해 ‘서른네 번째 전시회 삼인’전이 김제 예림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일면식도 없던 이들 작가는 80년대 후반 예술가들의 발길이 잦았던 동문사거리에서 인연을 맺었다. 막걸리 한 사발을 기울이다 예술에 대한 동질감을 느껴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전시에 참여한 이흥재 작가는 “당시 전라예술제에서 서너 번의 입선 경력이 전부였던 내게 감사하게도 명성이 자자했던 김·선 작가가 전시회를 함께 하자고 제안해 왔다”며 “1년간 작업해 온 성과물을 한 번씩 보여주자는 취지로 88년부터 선보인 삼인전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전시는 작품을 잘하고 못함을 떠나 서로의 창작활동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이를 통해 우정을 돈독히 하고 관계도 한층 숙성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한때 이들 조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고. 세 작가는 동시기 전북미술협회장, 전북도립미술관장, 전북예총연합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미술계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위 ‘끼리끼리 문화’라는 식의 오해를 사게 된 것. 이에 본의 아니게 두세 번의 전시를 거르기도 했다.

오랜 세월 함께하며 세 작가에게 그사이 또 하나의 추억거리도 생겼다. 전시를 전후해 여행을 떠나는 것. 이 같은 여행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지곤 한다. 지난 전시 무렵에는 고흥 나로도를 다녀왔다. 

이 작가는 “김·선 작가와 함께 34번을 이어온 삼인전은 성실함의 증표이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후배들 꿈을 응원하는 선배로서 같이 동행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말했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김두해 ‘무인도’, 이흥재 ‘문득 피어나나’, 선기현 ‘득음’ 등 근작을 만나 볼 수 있다. 각기 7~8여 점씩의 작품을 내걸었다./정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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