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우 기자
/조은우 기자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못난이 상품’이 녹이고 있다. 멍들거나 상처가 났다는 외관상의 이유로 외면받던 채소·과일 등 '못난이 상품'이 고물가 시대에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원하는 전북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오후께 가본 전주시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은 날씨의 영향인지 상인 몇명과 드문드문 보이는 행인 한두 명이 전부였다. 길을 따라 쭉 들어가서 발견한 한 가게는 휑한 다른 곳과는 달리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건 얼마예요?", "그것밖에 안 가요? 두개면 그럼 얼마야?", "오늘도 왔으니 더 싸게 해 줘~"라는 등 말소리도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계산이 끝난 이들은 미소를 머금으면서 무거운 손으로 가게를 떠났다. 손님으로 가득한 가게에는 무슨 일이 났나 구경을 온 듯한 이들과 장을 보느라 오가는 이들로 복잡했다.

주부 이명옥(50대)씨는 "장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재밌는 일이라도 있나 싶어 왔다"면서 "방금 다른 집에서 2,000원 주고 당근 1개를 사 왔는데 여긴 대여섯 개가 5,000원이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전날 오후께도 둘러본 해당 가게에는 역시나 손님들로 넘쳐났다. 이곳은 물량이 많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도 있어 한 개, 두 개 등 작은 단위가 아닌 바구니나 상자 같은 큰 단위로 판매되고 있었다.

브로콜리(3~4개)·청양고추·표고버섯 바구니(약 30~40개) 각 3,000원, 당근(6~7개)·양파(7~8개) 5,000원, 사과(7개)·샤인머스캣(3~4송이) 만 원 등 상자를 뜯어 대충 만든 가격표가 바구니마다 올려져 있었다.

비록 보기 좋게 정리된 건 아니지만 가게에 넘치는 값싼 상품들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엔 충분했다. 실제 두 손 가득 장을 봤음에도 행여 놓치는 것이 없는지 매의 눈으로 꼼꼼히 살펴보는 소비자들이 있기도 했다.

시민 강순이(60대·여)씨는 “저번 주에 대파 하나 사러 왔다가 만 원이라고 해서 빈손으로 집에 갔다”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가게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여기에서만 장을 본다. 오래 장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2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2,000명)의 60.5%가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재구매 의사는 95.5%에 달하는 등 3년이 지난 현재에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구매자가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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