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생중계로 주재할 예정이던 민생토론회 참석을 전격 취소했다. 행사 시작을 30여 분 앞두고서다. 대통령실은 갑작스런 공개일정 취소 이유로 감기 기운을 들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거취를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충돌 여파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923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공개일정 취소를 알렸다. 이유는 윤 대통령이 감기 기운으로 목이 잠겨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새해 들어 윤 대통령은 앞선 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모두 직접 주재하며 공을 들여온 만큼 돌연 불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한 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과 여권의 중론으로 나왔다.

앞서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요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를 요구한 김경률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공천 논란과 김 여사 의혹 대응을 두고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한 위원장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전달받았다는 점을 확인하며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뒤이어 윤 대통령의 일정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당·대통령실 갈등이 확전 양상으로 비화할지, 봉합 국면으로 수그러들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여권에서는 한 위원장이 여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데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정 갈등이 더 심화되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도 일단 표면적으로는 더 이상의 확전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자칫 윤 대통령이 당무를 넘어 총선에 개입한다는 의구심이 커지며 야권의 탄핵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 수행 의지를 재확인한 데 대해 "대통령실 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지 않기로 했다""이제 차분하게 수습해야 할 단계"라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하며 대통령실 입장 표명을 요구한 김경율 비대위원에 대한 불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당과 대통령실 간 긴장 사태를 촉발한 김 여사 문제를 일단락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명품백 수수 논란을 신년 기자회견이나 특정언론사 인터뷰 등에서 입장을 밝히고 사태를 봉합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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