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미술은 개인과 사회가 불편해서 숨기고 싶은 어두운 이면을 들춘다.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들어선 이후, 미술은 작업실에서 생산하는 어떤 것에서 벗어나 일상과 사회로 시선이 옮겨 가고 있어서다.

연석산우송미술관은 역사적 퇴행 속에서 몸살을 앓는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기획전 안녕하십니까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추진하는 아시아 지도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북지역과 아시아를 비롯해 각국의 현대미술 현장을 시간과 공간 차원으로 연결해서 열린 미술판을 깐다.

초대 미술가는 국제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리훙보(중국)·류수이양(중국응게레이(미얀마)죽음과 폭력, 부조리, 상흔 등 아름답지 않은 것들을 사진과 조각·설치작품에 담아냈다.

이들 작가는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인한 전쟁 공포, 어처구니없는 10·29 참사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부조리, 맥락 없는 자유를 내세워 부추기는 양극화를 다룬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르는데 정말 고생했는데 순식간에 날개 부러져 추락하는 것인가, 이런 모멸감 속에서 당신은 안녕하십니까라고 반문한다.

사진작가 응게 레이의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는 자신을 죽은 자로 분장해 배경을 조금씩 바꾸어서 연출·촬영한 사진이다. 살아 있는 자의 육체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죽음을 예술로 제시한 것. 이는 우리 일상 자체가 엄청난 위험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살아갈 날이 점점 소진해 간다라는 그녀의 철학적 고백이다.

조각가 류수이양의 사다리는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 상처와 무력감, 욕망과 공포를 민감하게 포착해서 표현한 것. 각목 위에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한 뼈(자세히 보면 상흔이 보인다) 11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았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에 의한 압축성장 과정에서 상처받고 죽어간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듯하다.

조각가 리훙보는 시각과 촉각적 충격을 의도했다. 얇은 신문지를 겹겹이 붙이고, 자르고, 갈아서 포탄을 만든 것. 가정용 식칼 500개가 포탄 상자를 향해 날아들 듯 놓여 있어서 섬뜩한 긴장감과 아찔한 위기감이 감돈다. 감상자는 폭력적인 불편한 상황에서 포탄을 늘리는 놀이를 할 수 있다. 일상과 한 몸인 죽음과 폭력, 공포를 예술적 놀이로 희화화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우리를 아프게 한 폭력, 부조리, 혐오도 삶의 일부이다. 더불어 불편한 것이 예술로 드러날 때 그것에 대한 저항과 자기 성찰을 독려한다고 전시기획 의도를 말했다. 전시는 4월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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