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와 교육기관 통폐합 등은 비단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 소재로까지 이어지며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폐교들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되면서 지역의 흉물이 되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기도 한다.

깨어진 유리창과 버려진 음료수 캔, 그리고 먼지가 켜켜이 쌓인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는 그곳. 이제는 폐교가 되어버렸지만, 한때는 누군가에게 추억의 공간이었을 터.

사진작가 박인서는 추억이 가득한 보물 상자를 열어보듯 이를 카메라 렌즈에 담아냈다. ‘주인 없는 학교전을 전주아트센터 1층 아트갤러리전주에서 24일부터 선보인다. 오프닝 27일 오후 4.

작가는 삶의 많은 시간을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냈고 자연스럽게 주인 없는 학교라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애정 어린 눈길 탓인지 작가의 눈을 통해 기록된 그곳은 파괴되어 버려진 것의 표상이 아닌 오랜 시간이 흘러 우연찮게 학창 시절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작업의 중심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관통하고 있다. 더 이상 그곳에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이러한 점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사진에 표현되고 있는데 가까이 혹은 멀리 바라본 것이 아닌, 넌지시 바라본 그곳에는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는 계단과 창틀 그리고 더 이상 제자리에 있지 않는 책상과 의자들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작가는 학교였던 공간과 그곳에 버려진 물건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의미와 존재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생명력이 존재하지 않는, 의미가 사라져 버린 그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작가는 그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고자 했다. 외부의 간섭이 없는 상태를 그대로 기록함으로써 주인이 사라진 공간의 적막함부터 현재까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과 버려진 물건들을 통해 현재를 비추고자 하는 욕망 아래 우리들 자신이 사용했던 잊혀지지 않은 공간의 미래를 상상하게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전시는 새달 4일까지./정해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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