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3주여를 앞두고 사과 배 등 과일값이 평년보다 크게 폭등한 가운데 지난 21일 전주 남부시장 과일가게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원철기자
설 명절을 3주여를 앞두고 사과 배 등 과일값이 평년보다 크게 폭등한 가운데 지난 21일 전주 남부시장 과일가게를 찾는 손님이 거의 없어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원철기자

주부 정모(40대·전주시)씨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걱정스럽다. 정씨의 가족은 자녀 세 명을 포함해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들까지 총인원은 10명이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 보아도 올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사용될 예상 금액은 6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정씨는 “이번 달에는 유독 나가는 돈이 많았고 거기다 차례상 음식들까지 준비하려니 허리가 휠 지경이다"며 "지출이 많다고 해서 차례를 안 지낼 수도 없고 정신적,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설 명절이 3주가량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먹거리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차례상을 준비하는 전북 소비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주춤했던 과일과 채소류 등의 가격이 올해 20% 넘게 올랐고 공산품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인상이 이뤄져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24일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센터가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구 기준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대형마트 38만 580원, 전통시장 28만 15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기간과 비교하면 각각 5.8%, 8.9%가 올랐다.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은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견과·채소류 등이다. 대파 1단은 지난해보다 60% 오른 4000원, 동기간 사과(3개)는 42.9% 오른 1만 5000원, 밤(800g)은 33.3% 오른 8000원 등이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 올렸다.

최근 들이닥친 강력한 한파에 따른 냉해 피해, 생산 시기에 내린 잦은 강우·우박을 비롯한 이상기후와 함께 하우스 관리비용 급증 등 각종 병해충 발생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 수입 물가와 단가 영향을 받는 조기(중국산 부세조기) 3마리의 경우 동기간보다 33.3% 오른 1만 2000원, 소고기(600g)는 사룟값과 유가 급등으로 3% 오른 3만 4000원 등 축산물과 수산물의 값도 뛰었다.

이처럼 급등한 장바구니 물가에 높아진 차례상 비용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소비자로선 걱정이 앞선다.

시민 이모(38·여)씨는 "비싸서 평소에 쳐다보지 않던 사과 가격을 어제 마트 장을 보다 확인하니 사과 한 봉지(4~6개)에 1만 5900원이었다"면서 “안 그래도 계속 오르는 물가에 허리를 졸라매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차례상에 올릴 음식 재룟값으로 숨 막힐 지경”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한편, 정부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 7000톤을 공급하고 과일류 등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히 도입했다. 정부 할인 지원율도 30%로 올리고 농·축·수산물 할인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역대 최대 규모인 84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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