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도 않은 국가 공공기관 전북본부가 또 다시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존치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자치근간 뿌리 흔드는 정부 행태에 지역 정치권이 '지역차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가 광주·전북 지사로 통합함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 광주에서 통합 운영된다는 계획이 밝혀졌다.

29일 김성주 의원(전북 전주시병)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 광주 이전은 공공기관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 폐지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전북지사 광주이전에 대해 “공공기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소규모 지부 운영의 한계”라며 통합을 명분으로 설명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직과 인력 효율화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단 해명처럼 모든 민원 서류와 급여 신청이 비대면으로 가능해 직원이 직접 처리하는 업무가 감소했다면, 공무원연금공단의 전국 7개 지부 역시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유독 전북지사만 폐지할 명분이 궁색하기만 하다.

공공기관 효율성을 명분으로 전북 내 공공기관을 폐지한 것은 LH 통폐합 후 경남 이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하기로 결정한 이유로 ‘효율성’과 ‘경제성’을 꼽았다.

토공과 주공 통폐합 후 전북과 경남으로 분산배치 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웠던 정부가 오히려 LH 통폐합 후 경남으로 일괄 이전시켜 버린 사례였다.

걸핏하면 나오는 국민연금공단 수도권 재이전설도 전형적인 전북흔들기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경색으로 맞물려 국민연금공단이 손실을 기록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지역 이전 문제로 돌리기 때문이다.

금융권 등을 둘러싼 수도권 일부 의원들은 공단 직원 이직율과 혁신도시 정주 여건 등을 문제 삼아 이전설을 부추기기도 한다.

반면 연금공단 측 수익 실적에 대해선 외면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 말 기금 규모(약 890조4,657억원)에 비하면 작년 한 해 109조 원을 웃도는 수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부터 집계한 누적 수익금(550조원 예상)의 5분의 1을 1년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3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익률이자 역대 다섯 번째 두 자릿수 수익률(12%)을 기록한 것이다.

상황이 이런대도 정부는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 폐지에 도장을 찍었다.

전북자치도 지역 공공기관을 다른지역으로 예속시키면서 자치발전의 근간을 뒤흔들며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있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북 정치권과 전북자치도가 추진하는 제3금융지 지정 무산과 무관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이었던 전북의 제3금융지 지정이 금융위원회 반대로 물거품됐다.

금융위원회는 ‘제6차 기본계획’(2023~2025)에 기존 중심지(서울, 부산)에 관한 계획만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가운데 전북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없는 미반영으로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지역 여건 미성숙’을 반대 이유도 들었다.

정부 스스로가 전북권 금융 생태계를 흔들면서 제반 여건이 좋지 않다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북 정치권은 또 하나의 지역차별이라며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명분도 사전 설명도 없이 통폐합을 단행한 공무원연금공단의 무책임한 행정도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것은 전북자치도 3만4,019명의 공무원연금 수령자와 공무원연금 납부자 5만6,892명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공단의 전북 사무소 폐지를 초래한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공공기관 독립성과 자발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자, 윤 정부에서 자행한 또 다른 전북 홀대로 규정한다”며 “윤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은 전북도민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전북지사 폐지와 광주 이전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0년 기준 호남 권역을 담당하는 공공·특별행정기관 55곳 가운데 전북에 소재한 기관은 9곳이다./고민형 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