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손주가 온다고 하니 맛있는 거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아침 일찍 장 보러 왔어요.”

전북지역 전통시장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주말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온종일 비가 내리는 등 궂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차례상과 선물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3일 오전 9시께 찾은 전주 남부시장.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 옆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은 삽시간에 차량으로 가득 찼다.

입구부터 길을 따라 시장 안쪽까지 상인들은 확성기를 이용해 손님들을 모으기 분주했으며, 시장 내부에도 손수레를 끌고 장을 보는 어르신들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상인과 흥정하며 거래하는 사람들은 물론, 곳곳에 풍겨오는 떡 내음과 나물 냄새 등은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알렸다.

굴비, 말린 생선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생선가게 상인들은 흘리는 땀을 닦을 겨를도 없이 손질하기 바빴고 바로 옆 축산가게들도 밀려오는 주문에 고기를 손질하고 포장하며 바쁜 손놀림을 선보였다.

양손 가득 돼지고기를 사든 최희태(71)씨는 “설 명절을 맞아 아들 내외와 손주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오랜만에 모이는 자리이기도 한 만큼 아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수육을 먹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곳은 바로 전 가게였다.

전 특성상 특유한 구수한 냄새는 무심코 지나가는 손님들의 코끝을 자극하며 걸음을 멈추게 했다.

달걀물을 입힌 각양각색의 전들이 철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졌고 별도의 무료 시식대에서 전의 고소한 맛을 본 손님들은 지갑을 열기 바빴다.

아들과 함께 시장에 방문한 이연희(47)씨는 “한참 시장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때 먹음직스러운 전 냄새에 이끌려 한 봉지 샀다”며 “사장님이 인심이 좋으셔서 전 3개를 더 넣어주시더라”고 웃음을 지었다.

같은 날 12시께 찾은 전북 익산시의 북부시장도 역시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손님들은 전통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덤’이나 ‘깎아주기’ 등의 따뜻한 정을 기대한 눈치였으며, 이들을 반기는 상인들의 모습에는 모처럼 활기를 엿 볼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은 노점상 곳곳마다 긴 줄이 이어졌고, 덕분인지 물건을 다 팔고 노점을 정리하는 상인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렇듯 많은 인파로 인해 손님들을 상대하는 상인들도 벅차고 힘들법했지만, 이들 얼굴에는 힘든 내색 없이 웃음꽃이 활짝 피어오르고 있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주희67)씨는 “명절 전 주말이라 손님들이 많이 올 것을 예상하고 넉넉히 준비했는데 벌써 다 팔렸다”며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매일매일이 이렇게 시장이 북적거렸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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