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이는 왁자지껄한 명절 풍경은 옛말이다. 1인가구 1000만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족 대명절인 설을 맞아 자의든 타의든 연휴를 나홀로 보내는 이들이 있다. 고향을 찾기보다 일상에서 지친 피로를 풀기 위해 집에서 혼자만의 설 연휴를 보내려는 젊은층과 찾아주는 가족과 갈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혼자 지내야만 하는 독거 어르신이다. 

이에 본보는 설 명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전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강모(28)씨는 이번 설에는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부모님도 보고싶지만 현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연말연시 쏟아지는 업무에 지칠대로 지친 그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설연휴에 혼설족이 되기로 했다.

강씨는 "설날에는 버스표 예매부터 전주와 부산을 오가는 길고 긴 귀성길이 더욱 부담되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면서 "이번 설에는 혼자 OTT로 밀린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서 하루종일 잠만 잘 예정이다"고 했다. 

직장인 안모(27)씨도 이번 연휴에 이제껏 쌓인 스트레스를 친구들과 풀어낼 예정이다. 부모님을 직접 만나뵙는 것이 단연 최고지만, 올해는 영상전화로 대체할 생각이다.

안 씨는 "올해는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호캉스를 즐길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본가에 다녀왔으니, 올해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세상이 좋아져 요즘은 영상통화로도 충분히 볼 수 있기도하고 주말에 시간을 내어 부모님을 뵈러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반면 어르신들의 젊은층의 설 보내기와는 다르다. 설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전주 중화산동 공원은 오전부터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공원 한켠에는 3명의 어르신들이 정자에 지팡이를 걸쳐놓고는 어두운 표정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올해도 바쁘다고 못온다네', '중국집이나 가지'라는 등 내용의 이야기였다. 

김모(78)할아버지 내심 옆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올해 설은 특별하지 않다. 손주 못 본지가 꽤 오래됐는데 올해는 안온단다"면서 "올해 설날에는 혼자사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모(74)할아버지는 “은행에서 뽑아온 빳빳한 새돈이 구겨질 지경이다. 손주들의 재롱을 본 지가 언젠지 까마득하다”면서 “이번 연휴에는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022년 기준 전북지역 전체가구 77만 7,680가구 중 1인가구는 28만 4,613가구(36.5%)에 달했으며, 이 중 1인 독거 노인 가구는 9만 9,841가구(12.8%)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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