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23)씨는 지난 학기 수강신청이라는 온라인 전쟁에서 승리자가 됐다. 

졸업필수 과목과 인기 있는 교양과목 등 7개 모두 ‘매크로’를 이용해 단번에 수강신청을 끝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강신청은 남들보다 0.1초라도 빨리 서버에 접속해 클릭하며 원하는 강의를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일일이 마우스로 조작하다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선배들을 통해 매크로 시행 방법을 배웠다”며 “수강신청에서 매크로는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과목들을 다 얻을 수 있어 다음 주에 있는 수강신청에도 사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교 수강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내 일부 대학생이 개인의 편의를 위해 여전히 매크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간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선점한 수강 과목을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5일 본보취재를 종합하면, 매크로(자동명령 프로그램)란 마우스나 키보드로 여러 번 해야 할 동작의 순서를 미리 설정하면 클릭 등 한 번의 입력만으로 일련의 명령을 자동 실행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수강신청에 응용하게 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수강신청을 해주기 때문에 손쉽게 듣고 싶은 강의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 이에 형평성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대학교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도내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선 버젓이 사용되는 한편, 매크로를 통해 얻은 인기 강의를 웃돈을 붙여 되파는 등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해 수강신청 기간을 맞이한 도내 대학 한 커뮤니티에는 “매크로 성공했다”, “매크로는 너네 손보다 빠르다”, “매크로 켜놓고 자러간다”는 등 다수의 학생이 인증 글을 게시했다.

도내 한 대학교 재학생 최모(21)씨는 “수강신청기간만 되면 매크로 같은 부정과 꼼수가 판을 쳐 원하는 과목을 못 듣는다”며 “건전한 방법으로 수강신청하는 선량한 학생만 바보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같은 기간 도내 대학 한 커뮤니티에는 “매크로를 통해 잡은 강의를 판다”는 내용을 담은 글들이 수없이 게시됐고 가격은 5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익산경찰서는 원광대학교 내 수강신청 매크로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포착해 관련 수사 협조를 학교 측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매크로 사용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학교 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매크로 자체는 불법이 아닐뿐더러 학교 시스템에 장애를 일으킨 경우에만 업무방해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특히 나날이 수법이 체계화되고 고도화되는 매크로 차단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컴퓨터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깔았을 뿐, 상대방 컴퓨터 시스템에 고의로 악성코드 심거나 장애를 일으키지 않을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위법행위를 찾아내기가 어렵다”며 “학교 차원에서 수강신청 사이트에 대해 보안 시스템을 현재보다 더 강화해 이 같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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