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5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위치한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 중도매인 등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조은우 기자
6일 오전 5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위치한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 중도매인 등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조은우 기자

“11번 낙찰! 35번 낙찰!”

설 명절을 앞둔 전북 전주시 송천동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은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며칠 남지 않은 명절 대목에 사과, 배, 곶감 등을 매입하기 위해 모인 상인과 중도매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기 때문이다.

6일 오전 5시께 전주원예농협 공판장. 축구장 크기의 2배가 넘는 공간에 과일, 채소 등이 담긴 상자가 성인 남성 키보다 높게 쌓여 있었다.

상품이 잘 보이도록 상자를 열어놓은 일부 상품에서는 생산되자마자 이곳으로 왔는지 달콤하고 신선한 과일 향이 금세 퍼졌다.

중도매인 등은 상품 확인차 상자 주위를 빙 둘러쌌다. 열기로 가득한 이들의 사이를 비집고 가기란 쉽지 않았고, 새벽 시간이라 서늘한 기온도 공판장에서는 맥을 못 췄다.

잠시 후 이들의 시선은 전광판이 달린 이동식 단상 위에 있는 경매사에 향했다. 전광판에는 생산자, 품명, 중량, 등급, 수량, 낙찰자 번호가 빨간 글씨로 적혀 있었다.

마트를 운영하는 이모(50대)씨는 “설 연휴라 물건값이 비싸서 최대한 가격이 저렴하고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매일 꼭두새벽부터 나와 경매를 본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도 명절에는 곶감과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좋은 상품으로 골라 갈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5일 오전 5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위치한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 중도매인 등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조은우 기자
6일 오전 5시께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에 위치한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 중도매인 등이 경매에 참여하고 있다./조은우 기자

‘B품(등급) 하나 있어요’라는 경매사의 말과 함께 경매 물품의 생산자와 가격 등을 알리는 호창이 외계어처럼 울려 퍼졌다. 숨 쉴 틈도 없이 빠르게 읊어대는 탓에 알아듣기란 쉽지 않았다.

곧이어 응찰기를 쥔 중도매인들의 치열한 눈싸움이 시작됐다. 누가, 언제 눌렀는지도 모르는 10초도 채 안 된 그 짧은 순간, 낙찰에 성공한 낙찰자의 번호가 전광판에 올랐다.

한 중매인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종이에 번호를 적고 낙찰받은 상품 위에 올려놓았다. 이곳에서는 빠른 판단력과 정보로 승패가 갈렸으며 낙찰자들의 손은 눈보다 빨랐다.

한참이나 계속되던 호창이 끝나자 이동식 단상을 탄 경매사가 다른 구역으로 이동했다. 낙찰자들은 본인의 물품을 카트에 싣고 트럭으로 옮기는가 하면, 낙찰에 성공하지 못한 중도매인들은 경매사를 따라 다음 경매 장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매인 김모(40대·여)씨는 “마트에 물건을 대주고 있는데 오늘 4시부터 경매에 참여해 총 1700~1800만 원 정도 매입해가는 것 같다”면서 “가격대가 좀 높아지긴 했지만, 설 수량은 매년 비슷한 편이다”고 말하며 다음 경매장으로 사라졌다.

한편, 이날 전주원예농협 공판장에서는 총 4억 423만 1200원에 달하는 경매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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