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한 신권.
빳빳한 신권.

“우리 손주 빳빳한 신권으로 세뱃돈 줘야지~”

본격적인 설 연휴를 앞두고 시중 은행에 예금을 인출하거나 신권으로 교환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7일 오전에 찾은 한국은행 전북본부. 은행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니 바로 앞에 위치한 주차장은 숨 막히듯 차량이 밀려왔다.

내부로 들어가자 은행 안은 돈 세는 기계소리로 가득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대기석은 이미 가득 차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고객 대기번호는 삽시간에 200명대를 넘어섰고 안내원과 경비원 및 직원들은 분주하게 이들을 맞이했다.

특히 은행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로 주를 이뤘다. 이들 모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새하얀 돈 봉투를 한 손에 쥐고 있었다. 화폐교환신청서와 신권을 담을 흰 봉투는 이미 동난 지 오래. 직원들이 계속해서 여러 번 새로 채우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날 찾은 대다수 시민은 설날을 맞아 손주들에게 줄 세뱃돈을 빳빳한 신권으로 교환하려는 고객들이었다.

일부 시민은 신권으로 교환 후 혹여나 잃어버리지 않을까 손에 봉투를 꼭 쥔 채 이동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꾸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5만 원권을 한 장 한 장 돈 봉투에 조심히 넣는 섬세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1시간여 가량이 지났을까. 세뱃돈 교환 대기시간이 길어져 지루하고 힘들 법한데도 이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과 활기가 샘솟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손주들을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서다.

신권 교환을 위해 대기 중이던 최만호(83)씨는 “서로 바빠 최근 몇 년간 명절에 못 모였는데 이번 설 명절에는 아들 내외와 손주가 전주로 내려온다고 했다”며 “손주들이 많긴 하지만 빳빳한 행운이 담긴 신권으로 세뱃돈을 주면 올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라고 웃음 지었다.

시민 이정규(68)씨는 “손주들에게 세뱃돈을 주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장사해서 오늘 100만 원어치 신권을 뽑았다”며 “건강을 기원하는 신권 세뱃돈이 조금이라도 꾸겨지면 의미가 없다. 이 세뱃돈으로 우리 손주들 하는 일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한편,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오는 8일까지 신권교환행사를 실시하며, 지난 2일부터 하루 평균 600여 명이 방문해 약 6억 원의 정도의 현금을 교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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