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의 16일 학위 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소리를 지른 한 졸업생이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대전 유성구의 카이스트 2024년 학위 수여식장에서 축사하는 가운데 석사  졸업생이 대통령을 향해  삭감된'R&D(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통령 경호원들이  곧바로 이 학생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졸업식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도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국정기조를 바꿔달라'고 말하자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퇴장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카이스트 동문 약 10명은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행사의 주인공인 졸업생의 입을 가차 없이 틀어막고 쫓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만행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사과와 삭감된 연구개발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야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카르텔 운운하며 R&D(연구·개발) 예산을 날려놓고는 염치없이 카이스트 졸업식을 찾은 것 자체가 기막힌데 졸업생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잡아 끌어내나"라며 "윤 대통령의 '입틀막' 정부에서 참담하고 슬픈 시절을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소란 행위자를 분리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손님이 주인 노릇을 해도 정도가 있다"며 "폭력으로 군사정권을 옹위하던 '백골단'이 부활한 것 같다"고 했다.

개혁신당 양향자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한 카이스트 학생이 질질 끌려 나가 대한민국 과학기술인들이 공분했다"며 "'과학기술을 위한다면서 왜 R&D 예산을 깎았는가'라는 외침은 모든 과학기술인의 질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라도 그 질문에 답하라"며 "대통령이 끌어내린 것은 한 명의 학생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적었다.

반면 국민의힘 논평을 통해  "소란을 일으킨 카이스트 졸업생이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밝혀졌다"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에 의도적으로 소란을 일으킨 것에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3번이나 카이스트를 방문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인재에 대한 관심이 크고 남다르다"고 말했다.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연합
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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