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김모(23)씨는 최근 족저근막염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 

1년째 평일 하루 8시간 중 7시간을 서서 일하자 병이 생긴 것이다.

김씨는 “손님이 없는 한가한 시간대에 단 몇 분 정도만이라도 쉬고 싶은데 의자가 없어 카운터용 매대에 몸을 기대 쉰다”며 “간이의자라도 설치해 달라고 사장님께 건의했지만, 손님들에게 불친절해 보일 수 있어 설치하지 못한다는 답뿐이었다”고 토로했다.

전주시 금암동의 한 마트에서 일하는 이모(45)씨도 최근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근무 시간 대부분을 서서 일하다 보니 다리가 부어 통증이 발생하는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과거 손님이 마트에 들어왔을 때 앉아서 인사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수차례 받은 적 있다”며 “이후로 마트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마트 사장님이 의자를 창고에 넣은 지 오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랫동안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근로자가 ‘앉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앉을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지난 2011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마련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해당 근로자가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자를 갖춰야 한다’고 명백히 명시돼있다. 

특히 앉을 권리는 근골격계 질환 증상 중 하나인 하지정맥류와 족저근막염을 유발하는 등 근로자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전무하고 강제성이 없는 자율 규정으로 사실상 유명무실 제도가 된 지 오래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업주나 손님들의 인식개선이 절실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관계자는 “10년이 넘도록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가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효율성 없는 제도가 한몫하고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들이 앉아 있다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업주와 손님들은 이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앉아 있으면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의자 비치 관련해 현장 점검을 수시로 나가고 업주와 시민들 상대로 제도에 대한 홍보도 펼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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