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책의 나라다. 국민 독서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고 도서관 밀집도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웬만한 작은 마을이라도 서점은 반드시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절대 빠지지 않는 게 책이다. 독서열이 너무 높은 나머지 바캉스 가서도 책을 서너권씩 읽고 오는 게 프랑스 국민들이다. 책값이 아주 비싼 편인데도 책은 생활의 일부분으로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프랑스 책 문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서적상이 있다. 바로 부키니스트다. 간단히 말하면 파리 센 강변에서 중고책을 파는 노점상을 뜻한다. 부키니스트는 고서나 중고 책을 녹색 상자 모양의 좌판대에 진열해 놓고 판다. 물론 신간서적은 다루지 않는다. 판매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고객들과 책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눈다. 현재 약 4km거리에 늘어선 부키니스트는 약 200개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긴 서점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들은 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 1994년 당시 파리시장이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은 부키니스트가 사용하는 좌판대에 대해 세금이나 임대료를 면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렇게 프랑스 국민들이 부키니스트를 존중하는 데는 긴 역사적 배경이 있다. 16세기 처음 등장한 부키니스트는 센 강변에서 여러 가지 책을 팔았다. 하지만 정부와 인쇄서적상 길드 등의 압력에 장사를 접어야 했다. 그러다가 나폴레옹 1세 치하이던 1810년 비로소 정부가 허가증을 내줬다. 이로써 부키니스트는 파리 시내 서적상들과 동등한 지위를 얻었다. 이후 부키니스트는 파리 명물로서 자국민은 물론 외국 관광객들에게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급기야 1991년에는 센 강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 개막식 탓에 이 부키니스트들이 철거될 위기에 처해 큰 이슈가 됐다. 지난해 7월 파리 경시청은 개막식 보안 문제를 이유로 노천 서점들에 대해 모두 철거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크롱 대통령은 이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개막식 수용인원을 대폭 줄여 보안을 강화하되 노천 서점들을 그대로 존치하도록 한 것이다.

또 한 번 프랑스인들의 책 사랑이 빛을 발하는 계기가 됐다. 부키니스트들은 자신들의 가판대를 철거하는 데 대해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성당을 뜯어내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역시 국민들의 책에 대한 애착을 존중해 철거 계획을 바꿨다. 우리나라 독서열은 프랑스와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과연 우리나라 같으면 이처럼 대통령까지 나서서 노천 서점을 보호했을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프랑스 국민과 정부의 책 애호 열기를 우리나라로 들여올 방법은 없는지 함께 궁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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