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0일 밤, 운전하던 장모(30)씨는 퇴근길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밤이 되자 비로 인해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옆 차로를 침범, 뒤따라오던 차량과 접촉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평소같이 어두운 밤에도 하얀 차선의 페인트가 벗겨져 잘 안 보이는데 비까지 쏟아지니 감으로 운전하게 된다”며 “이제는 비가 오는 날이면 운전대를 잡기 두려워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주지역 곳곳의 도로에서 밤이 되거나 비가 내리면 차선이 사라지는 이른바 ‘스텔스(stealth)차선’이 빈번히 나타나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자가 비 오는 저녁 시간 효자동과 금암동 일대의 도로를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차선 페인트가 벗겨진 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특히 도로에 고인 빗물과 차량의 불빛으로 인해 더욱 더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차선을 헷갈려 역주행하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으며, 갑자기 붙어오는 차량으로 인해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기 바빴다.

한때 도로 한복판에는 비상깜빡이를 켜고 정차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0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로교통법상 교통 노면표시 매뉴얼에는 차선도색 시 백색 차선의 휘도는 240mcd/(㎡·Lux) 이상, 황색 차선은 150mcd/(㎡·Lux)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마모·훼손 등으로 백색·황색 차선의 휘도가 각각 100·70mcd/(㎡·Lux) 이하로 떨어졌을 경우 재도색 해야 한다.

하지만 전주시는 이상적인 차선의 재도색 주기를 1~2년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는 4~5년, 많게는 그 이상이 걸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유는 역시 예산이라는 걸림돌이다.

전주시에 따르면 올해 차선 유지보수는 약 10억 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22억 원의 예산을 보유한 것에 비하면 무려 절반 이상인 12억 원이 삭감된 상황이다.

도로의 차선뿐 아니라 보행자들의 횡단보도 도색과 각종 노면 표시 등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전주시가 관리하는 924km 길이의 도로 중 단 1km에도 초고휘도 차선도색이 실시되지 않았다.

보통 차선은 페인트를 도로 위 칠한 후 유리 알갱이를 섞어 가열해 반사가 잘되도록 하고 있다.

초고휘도 차선도색은 일반 차선도색인 고휘도 차선도색보다 알갱이가 수십 배 커 운전자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지만, 전주의 모든 차선은 일반 고휘도 차선도색으로 덮여있다.

고휘도 차선도색의 경우 차선 1km당 3만 원 내외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초고휘도 차선도색은 이에 3배 비싼 9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 전체 차선에 초고휘도 차선도색을 실시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주시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예산이 적어 보수작업이 힘든 실정인데 올해는 더 줄었다”며 “현재 민원이 들어와야 보수작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다가오는 장마철에 대비하기 위해 시에서도 수시로 점검을 나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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